용두사미 돼버린 교육…비정규직 제로

면밀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필요…기간제교사·강사 처우개선 힘써야

2017-09-11     박경순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 회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11일 교육분야 비정규직 근로자중 5분의 1 가량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정부의 섣부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차별된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적용받아 ‘중규직’이라고 불린다.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는 이날 교육 분야 비정규직 6만9000명중 단위학교 회계를 통해 임금을 받는 영양사나 사서, 과학실험 보조원 등 국공립 학교회계 직원 약 1만2000명과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방과후과정강사 1034명 등 1만3000여명만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분야 비정규직중 절반 가량인 기간제교사(3만2734명)를 비롯해 학교강사 직군 7개중 비중이 큰 영어회화 전문강사(3255명), 초등 스포츠강사(1983명)등 3만9600여명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교육부는 별도의 법률 개정없이 기간제 교사와 강사 등의 정규직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는 기간제 교사, 초등 스포츠강사 등이 정규직 예외 사유로 규정(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예외 인정)돼 있는데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채용 절차상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정권 초기 섣불리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규직 기대감에 부풀었던 기간제 교사와 강사, 채용상 역차별을 우려한 임용준비생간 적지 않은 갈등이 초래됐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정교하지 못한 추진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용부는 지난 7월 가이드라인상 ‘타법령에서 기간과 사유를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를 들어 기간제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했고 이 과정에서 채용상 역차별을 우려한 임용준비생과 현직교사, 정규직 기대감에 부풀은 기간제교사와 강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또 교육부는 지난달 8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를 첫 개최한지 한달만에 교육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7차례에 걸쳐 이해당사자와 관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했다고 강조하지만 졸속 추진으로 결국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관철했다는 지적을 면하긴 힘들게 됐다. 

교육단체들은 면밀한 학교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분석, 교직사회의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교직사회의 화해와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간제 교사와 강사가 일한만큼 대우받을 수 있도록 처우와 근로조건 향상에 힘써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교 비정규직 양산 진단과 정부의 책임 규명, 교원의 양성·임용·정원관리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 비정규직의 요구에 대한 사실 확인 등 심층적이고 정밀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