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수사 ‘방산→분식회계→채용’ 갈팡질팡
검찰, 전방위 ‘먼지떨이 수사’ 지적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 수사가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납품비리와 원가부풀리기 등 방위산업 관련 의혹으로 시작한 수사가 분식회계로 궤도수정을 했다가, 이제는 채용비리를 도마위에 올린 모양새다.
검찰이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2년을 묵히는 바람에 핵심 피의자는 도주해 버렸고, 이로 인해 수사가 별 진척을 보지 못하다보니 생긴 결과라는 지적이다.
검찰이 사실상 ‘외과수술 수사’를 포기하고 전방위로 ‘먼지떨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생기고 있다.
5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전날 업무방해 혐의로 KAI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본부장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서류 전형 등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용 관련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이 부정하게 합격시킨 지원자는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AI 수사는 이 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협력업체와 계약하면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 수법으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출발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실 개발 및 원가 부풀리기가 벌어졌고, 특정업체와 임원들이 부당하게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규모 분식회계를 포착했다는 발표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최근 KAI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중요 방산기업인 KAI의 부실이 누적될 경우 더 심각한 경영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성과는 기대는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검찰은 KAK 경영비리 관련 두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성공’은 절반에 그쳤다.
검찰은 KAI 전 임원 윤 모씨에 대해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편의 등을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일부 범죄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어서 검찰은 첫 구속영장 청구부터 체면을 구겨야했다.
특히 이 영장 기각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 수사를 약 2년 전부터 진행해 왔으면서도, 첫 번째 구속영장의 범죄행위 소명이 어려울 정도로 관련 자료와 진술이 빈약한 상태가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KAI경영비리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손승범 차장도 도주한지 수년째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재력과 조력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찾기가 쉽지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달새 공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검찰은 채용비리와 관련된 수사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른바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납품비리와 원가부풀리기, 분식회계 등에 대해 진도가 나가지않자, 조사 과정에서 포착되는 여러 혐의로 수사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방침과도 맞지않는다는게 검찰 안팎의 의견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검사 전입 신고식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날 때까지 수사를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런 수사 방식은 검찰에 대한 비판과 불신의 원인”이라고 검찰의 수사관행에 경고를 한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부사정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검찰이 KAI 수사에서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회계자료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수사 속도는 꽤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의 방위산업을 담당하는 독점기업 전반에 경영비리가 있고, 이를 바로잡으려는게 수사의 목적”이라며 “누구든 입사하고 싶어하는 공기업에 채용비리가 있었다면 이 부분도 경영비리의 본류라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