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뒤 손학규의 일성, '야권통합'…민주당 탈출구 될까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느낀다."

2011-10-28     박정규 기자

 

▲ 10.26 재보궐선거 당일인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통합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 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기자들에게 던진 한 마디다.

손 대표는 지난 재보선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소식에 다소 기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이후 그리 밝은 표정을 보여주진 못했다.

당 소속 후보를 내지 못한 채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원에 만족해야 했고, 승리의 기쁨 역시 간접적으로 맛보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던 당 후보들은 텃밭인 호남 외에는 줄줄이 낙마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승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총 11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중 7곳에 당 소속 후보가 출마했지만 당선이 예상됐던 전북지역 2곳 외에서는 단 한 곳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더욱이 강원 인제군수 선거에서는 43.20%를 득표한 한나라당 이순선 후보가 42.72%를 득표한 민주당 최상기 후보를 72표차, 불과 0.48%포인트 차이로 앞서 당선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이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박승흡 후보는 11.0%를 얻어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수월하게 승리를 얻어낼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인지 손 대표는 당시 선거 상황을 지켜본 뒤 영등포 당사를 나서면서 "아쉬움이 많이 있다"며 "선거 결과를 통해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향후 야권통합 논의에 대해 "민주당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으로서는 씁쓸함을 맛봐야 했던 이번 선거 이후 손 대표가 가장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야권통합'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그리고 기존 정당정치에 위기가 왔음을 일깨워준 이번 선거에서, 야권통합은 민주당에게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세력과 힘을 합쳐 새 정치세력을 만듦으로써 기존 구태정치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고, 동시에 내년 총·대선에서 지지세 결집도 이뤄내 생명력을 이어갈 희망을 갖게 될 수 있다.

손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27일 박원순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이끈 야권연대의 동력은) 야권대통합에 동인이 될 것"이라며 "이 걸음을 멈추지 말고 변화의 길로 통합의 길로 나서서 내년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길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야권통합의 절실함은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현실화시킬 수 있을지가 문제다. 당장 있게 될 전당대회마저 일부에서 제기되는 통합전대 요구 속에서 어떻게 가닥을 잡아야 할 지조차 막연한 상황이다. 당의 존립 위기와 야권통합 움직임 속에 입지가 사라질까 불안해하는 당 내 일각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당 밖으로 진보정당 등이 야권통합에 대해 민주당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여전하다.

더욱이 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자성을 촉구하는 백가쟁명식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방법론이 서지 않은 가운데, 당분간 안팎으로 혼란스런 양상을 맞게 됐다.

김효석 의원은 27일 "이번 선거를 통해 지금의 민주당만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의 모든 것을 바꾸는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동안 민주당 밖에 있던 '혁신과 통합', 박원순 시장과 함께 하는 시민세력, 안철수 교수 등과 뜻을 함께 하는 '제3세력' 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내 정치신인 모임인 새정치모임 역시 같은 날 "민주당은 국민들의 명령을 수용하고 혁신과 통합을 위해 당 간판만 빼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현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혁신과 야권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같지만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지는 전혀 무게중심이 잡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야권통합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물밑에 있던 당 내 갈등도 또다시 심각한 걸림돌로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연 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생존의 활로로 일궈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안갯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