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대박’ 전제 추계…재정건전성 우려

세입증가율 6.8% 예측…4년만에 25% 늘어난다고 전망

2017-08-29     박경순 기자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 429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 편성을 확정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이 위협 받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정당국은 2021년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1% 이내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재정추계는 7%에 육박하는 국세 수입 증가율을 전제하고 있어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18년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전년 대비 28조4000억원 증가한 429조원을 책정했다. 재정지출증가율은 7.1%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는 만큼 확장적 재정운영 방침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실제 정부는 2021년까지 연평균 재정지출증가율을 5.8%로 잡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경상성장률 전망치(4.5%)를 1%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 예상대로면 씀씀이가 대폭 늘어나지만 재정건전성도 적정 수준에서 유지된다. 올해 39.7% 수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40.4%로 소폭 오른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7%에서 2.1%로 확대되는데 그친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건전성 유지를 자신하는 것은 정부 수입 역시 지출 만큼 높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정부는 국세수입, 세외수입, 기금수입을 포괄하는 재정수입이 오는 2021년까지 매년 5.5%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연평균 재정지출증가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예상대로면 2021년 우리나라 총수입은 513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국정과제를 위해 나와있는 각종 정부지출을 고려할 때 계획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부담스러워 보인다. 낙관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놓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경제상황이 정부 예산대로 된다는 법은 없다”며 “정부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하는데 너무 낙관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 측면에서 정부 예상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총수입 증가의 핵심은 세수다. 

국세수입 연평균 증가율 전망치는 무려 6.8%에 달한다. 

매년 걷히는 세금이 7%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정부가 지난해 만든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연평균 국세수입증가율을 5.6%로 잡은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차이난다. 

또한, 정부 전망대로면 국세수입은 올해 추경안 기준 251조1000억원에서 2021년 315조원까지 늘어난다. 불과 4년 사이에 세금 수입이 25% 이상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추산의 바탕이 된 경상성장률 전망치도 논쟁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정부는 2021년까지 연평균 경상성장률을 4.5%로 잡고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상성장률은 4.2%에 그쳤다.
   
성 교수는 “국세 부분이 상당히 낙관적인데, 강력한 증세나 명목세율 인상 없이 사실상 과표조정을 통해 증세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상성장률 기준 4.5%도 높아 보이는데, 이것이 가능하다 해도 세수 수입을 훨씬 낙관적으로 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잘못 계산된 세입전망을 통해 무리하게 국가채무를 관리하다 보면 공기업 등 다른 부문에서의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교수는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40% 정도로 관리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관리도 어려워보이고 된

다하더라도 공기업이나 다른 형태의 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며 “공기업 등을 합한 부채는 GDP의 90%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미 높은 수준이라 더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내년 중앙정부 적자는 28조6000억원이다. 계속 늘어 2021년 44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결과지만, 임기 내내 28~44조원의 적자가 초래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세입 정책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