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표심, 洪이냐 安이냐

2017-05-04     안명옥 기자
▲ 박영태 기자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진행된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5.03. since1999@newsis.com

4일과 5일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다. TV토론회는 없고, 여론조사 결과도 공표할 수 없는 '깜깜이 대선'에 돌입한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보수표심 대결 구도가 관심이다.

보수로선 '반문(반문재인)'과 표심 재결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1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 속에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이 팽팽함을 유지하며 2중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부에선 홍 후보가 안 후보를 앞지른 결과도 있다.

대선 초반 문 후보와 양자구도를 형성했던 안 후보는 외연 확장이 더뎌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는 흐름이다. TV토론회에서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도 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로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바닥에서 출발했지만 '우파 끌어안기' 전략으로 줄곧 상승곡선을 그렸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현재 20%에 육박하거나 넘는 결과를 보인 조사도 있다.

그러나 홍 후보와 안 후보의 보수 표심 분열이 심해지면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반문연대'를 위한 단일화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보수 진영의 또다른 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이들의 지지율이 미미해 판도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인해 유 후보를 향한 동정론이 일고 있지만 이게 투표장에서 표로 이어지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홍 후보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에 이은 복당 추진에 더 탄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최근 지지율의 흐름과 TK(대구·경북) 지지층의 결속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홍 후보 쪽으로 보수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근소하게 높은 배경이다.

홍 후보는 지난 3일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에서 자신이 안 후보를 누르고 2위를 기록하자 1위인 문 후보를 향해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이제 (文-洪) 양강구도로 갔으니 5월9일 국민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문 후보에게 대한민국 모든 현안을 놓고 끝장토론 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좁혀졌으니 누가 이 위급한 대한민국을 수습할 적임자인가 국민들에게 마지막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일 유세에서 북한 핵과 사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안보를 콘셉트로 잡은 것도 철저하게 보수우파의 결집을 꾀하기 위한 홍 후보의 전략이다.

이에 안 후보는 3일 호남을 방문해 자유한국당을 "가짜 보수세력"이라고 맹공하며 홍 후보로 쏠린 보수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유한국당이 부활하겠다는 것은 국민 자존심을 짓밟고 정의를 꺾는 일이다"며 "대한민국 보수는 품격을 중요시한다. 홍 후보가 보수의 품격있는 후보인가. 보수에게도 부끄러운 후보이고 보수의 대표자일 수가 없다"고 공격했다.

결국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이같은 '보수 전쟁'은 대선 당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황교안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후보까지 돌고 돌았던 이른바 '유랑 보수'들의 표심의 최종 선택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