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인프라공사 나눠먹기' 현대건설 등 4社 과징금 702억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 회사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발주된 철도 관련 공사에서 담합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공정위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2013년 1월 발주한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입찰에서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사의 담합행위를 적발해 총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공사는 평창올림픽 수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원주~횡성~평창~강릉 고속 철도망 구축 공사의 일환이다. 국가적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행된 인프라 공사에서 대기업들이 잇속 챙기기에 몰두한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원주~강릉 철도 노반공사 4개 공구입찰(2공구·3-1공구·3-2공구·4공구)에서 1개 공구씩 낙찰받기 위해 사전에 낙찰 예정사, 들러리사를 미리 정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투찰일 전날인 2013년 3월22일 각 공구별로 낙찰받을 회사와 투찰금액을 결정하고 입찰에 필요한 서류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사전에 합의한 대로 각사가 1개 공구씩을 낙찰 받았다.
입찰제도를 교묘히 악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4개사가 공정위가 기존에 제재하던 입찰담합 수법과는 다른 입찰담합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해당 공사 입찰에서는 단순히 최저가격 제출자가 아니라, 입찰금액이 적정한 수준의 입찰자 중 최저가격 제출자를 선정하는 방법이 적용됐다. 적정 수준은 모든 입찰자들의 평균 투찰금액을 고려한 저가투찰 판정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담합 가담 4개사 중 낙찰 예정사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는 탈락을 각오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액을 투찰했다. 평균투찰금액과 저가투찰 판정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저가투찰 판정기준이 낮아질 것을 알고 있었던 낙찰 예정사는 다른 경쟁사들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낙찰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 경쟁사들은 저가투찰 판정기준이 이처럼 낮아질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은 입찰 전날과 당일 35회 이상의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주고받았다. 아울러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답합실행에 필요한 투찰서류를 공동검토하고 각 공구별 낙찰 예정사의 투찰 가격을 결정했다.
서로가 합의한 대로 실행하는지 상호감시하기 위해 투찰서류를 제출할 때 각 회사 직원들이 만나서 제출하도록 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이 이 사건 관계자들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공정위도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에 대해 제재를 확정했다.
공정위는 4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701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 216억9100만원, 한진중공업 160억6800만원, 두산중공업 161억100만원, KCC건설 163억3000만원이다. 배영수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현대건설은 과거 법 위반 행위 전력 때문에 가중이 돼 과징금이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배 국장은 "이번 조치는 최저가낙찰제를 교모하게 악용한 새로운 담합수법을 밝히고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국가기반 시설로서 평창올림픽 주요 수송수단이 될 철도시설 건설에서의 입찰담합을 엄중 제재한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입찰에서 이와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는 입찰담합의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