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항상 배우려고 노력했고 측근 신뢰했다"

2017-04-07     송혜정 기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세상을 바꾼 천재이자 위대한 기업가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집불통 리더이자, 자신의 딸을 모른 채 한 냉혈한이라는 최악의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자 숱한 매체들이 잡스의 이런 양면성을 다루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월터 아이작슨의 책 '스티브 잡스'(2011)가 이런 그의 면모를 드라마틱하게 부각하면서 잡스는 혁신가였지만 인간적으로는 실패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비커밍 스티브 잡스'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굳어진 잡스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책이다.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가 그린 잡스가 실제 잡스와는 다르다는 게 이 책을 쓴 브렌트 슐렌더와 릭 테트젤리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애플의 임직원과 잡스의 가족·친구·경쟁자들을 두루 인터뷰해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한 잡스, 항상 배우려고 노력했고 측근들을 누구보다 신뢰한 인간적인 잡스를 그린다.

넥스트(NeXT) 초기 시절과 1986년 픽사(PIXAR)를 인수하던 무렵, 잡스는 어떤 진화 과정을 밟았는지. 번뜩이는 통찰과 영감으로 가득 찼지만, 실수와 실패 또한 적지 않았던 그 시절 잡스는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운은 어떻게 작용했는지. 슐렌더와 테트젤리는 잡스가 픽사 사장인 에드 캣멀에게 배운 경영 기술과 1990년대 초 아버지가 되면서 갖추게 된 성숙함, 빌 게이츠가 성공하면서 애플 복귀 이후 잡스에게 열어준 기회, 그리고 수십 년간 언론 노출을 피해 잘 알려지지 않은 탁월한 핵심 팀의 기여와 공헌을 보여준다.

슐렌더와 테트젤리는 잡스의 놀라운 성공이 단순히 적절한 제품을 골라잡은 데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복잡한 요소들이 기저에 깔린 결과라고 주장한다. 인내심을 길렀고 핵심 측근을 신뢰하는 법을 배웠으며 판을 바꾸는 현란한 제품을 추구하기보다는 회사를 점진적으로 키우는 일의 중요성을 체득했기에 그런 거대한 성공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안진환 옮김, 672쪽, 2만5000원, 혜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