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 "안종범 부탁에 '차은택 지인' 전무 채용"
황창규(64) KT 회장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지인을 임원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황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61)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이날 차 전 단장이 최씨에게 추천한 전 KT 전무 이동수씨의 입사 경위를 증언했다. 이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해 KT에 채용된 인물이다.
황 회장은 "지난 2016년 1월 초순경 안 전 수석으로부터 '윗선의 관심 사항인데 이동수씨를 채용해 줬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안 전 수석이 말한 '윗선'은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황 회장의 지시를 받은 구모 KT 부사장은 이씨를 만나 상무급 직책을 제안했지만 이씨가 거부했다. 구 부사장은 이씨에게 다시 전무급 직책을 제안했고, 이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황 회장은 "이씨에게 처음 상무급 직책을 제안한 것은 당시 사실상 자리가 없었고, 인사 시기도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라며 "안 전 수석 부탁이 아니었으면 이 전 전무를 만날 일도 없고, 채용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입사 8개월 만에 IMC본부장으로 전보됐다. 이와 관련해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이 이씨를 IMC로 보직 변경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며 "경제수석이 사기업에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황 회장은 KT가 최씨 지인인 김영수(47) 전 포레카 대표의 부인인 신모씨를 채용한 상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채용이 왜 지연되느냐며 독촉 전화를 받았다"며 "신씨를 채용하기 위해 새로 자리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KT에 최씨 조카 관련 업체와의 계약 검토를 지시했다는 정황도 법정서 드러났다.
황 회장은 최씨 조카가 운영하는 A업체와 관련해 "안 전 수석으로부터 KT에 A업체 기술을 사업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해달란 전화를 받았다"며 "내용 자체가 부실하고, 이미 저희가 갖고 있던 기술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황 회장에게 "안 전 수석으로부터 연락받으면서 VIP 지시사항, 청와대의 관심사항이라는 말을 들었는가"라고 물었다. 황 회장은 이에 "확실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도 "수준 이하의 제안을 계속 이야기하고 검토해 달라고 한 걸 보면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황 회장은 최씨 재판이 끝난 뒤 열린 차 전 단장 재판에서도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황 회장은 이씨 채용에 대한 안 전 수석의 부탁에 대해 "여러 번 부탁했으니, 무조건 청탁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업하는 입장에선 경제수석이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다'라고 말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차 전 단장 변호인이 "안 전 수석이 채용이 적절치 않으면 검토 후 채용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묻자, 황 회장은 "그런 얘기 들은 기억이 전혀 없다"며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