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에 대기업 주총 최대한 늦게 '눈치보기'

2017-02-23     송혜정 기자

올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가 예년에 비해 늦게 열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와 최순실 사태로 기업 경영환경이 경색되면서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예년에 비해 늦게 열리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23일 한국상장사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주총회 일정을 공개한 104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총 개최 날짜는 3월 셋째주 29개사(27.9%), 넷째주 46개사(44.2%), 다섯째주 12개사(11.5%) 등에 분포됐다.

통상적으로 상장사들이 주주총회 시기로 금요일을 선호하는데 올해는 금요일이 다섯째주(31일)에도 있어 다소 분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기 주총은 결산일로부터 90일 내 열어야 하며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는 개최 2주 전까지 주주들에게 소집통지를 하면된다.

아직 소집 공고를 하지 않은 상장사들은 3월 중순까지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 주총은 3월 넷째주와 다섯째주 금요일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올해 삼성, SK, 롯데, CJ 등 주요 대기업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 또는 연루 의혹으로 특검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정책, 중국의 사드보복, 상장개정안 추진 등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만한 대내외 변수가 산적해 있어 다른 기업 동향을 살피고 각종 변수를 좀더 지켜보자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주주총회가 늦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통상 3월 둘째 주 금요일 또는 셋째 주 금요일에 주주총회를 가졌다. 작년의 경우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이 둘째주 금요일인 3월 1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는 3월 20일 이후인 24일이나 31일에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 주총이 3월20일 이후에 열리는 것은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이후 처음이다.

주총 시기가 늦어지는 것 뿐 아니라 안건 내용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선결 요건인 인적분할 등 민간한 내용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책임투자(SRI) 컨설팅 업체인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올해 상장사들의 주총 날짜가 전반적으로 늦어지는 분위기"라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이 주총을 늦추고 있고, 다른 기업들도 시국 상황을 고려해 서로 다른 기업을 살피려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