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율·시기 부적절?…"더 나은 대안 없었다"

2016-11-24     안명옥 기자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강행규정"
시뮬레이션 결과 합병 비율 1:0.35 크게 벗어나지 않아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해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합병의 비율과 시점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 로비에 의해 찬성의견을 던졌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의 최순실씨 지원과 재단 출연 시점이 합병 과정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점에서 대가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지난해 5월부터 추진됐다. 당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은 흡수합병 계약을 맺으면서 합병비율을 1대 0.35으로 정했다. 이 때 옛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문 등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합병 비율이 삼성의 의도에 따라 변경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으며 설령 시점이 달라졌다 해도 비율은 크게 달리지지 않았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4일 합병비율 논란에 대해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 결의 이사회 전 한달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강행규정"이라며 "언론들은 기업이 합병 비율을 자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상장회사간 합병 비율이 당사자간의 협의로 결정되지만 한국은 법에 정해져 있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자산가치와 사업가치 등 모든 가치평가를 시장에 맡기자는 게 법의 취지다.

이어 삼성 관계자는 물산 주가가 가장 낮은 시점을 택해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제일모직 상장 이후 6개월간 어느 시점에 합병을 결정했어도 1:0.35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합병시기를 늦춘다 해도 비율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물산의 주력인 건설과 상사가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있어, 시장의 주가 전망이 대부분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으로 합병비율 조정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합병 발표 직전 정보 유출 등으로 주가가 급변하는 등의 상황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어, 2013년 일정 한도 내(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오차범위 10% 내외)에서 합병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경우 발표 전 주가 이상급변 등의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예외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부가 주장하는 '주가가 순자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것은 특수한 사정이 되기 불충분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해 보였던 건 맞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 등의 효과가 이를 상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지난 11월 상장한 바이오로직스는 예상보다 3배 이상 높은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