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대선전쟁 시작...'최순실 사태' 주도권 잡기 경쟁 치열

2016-11-17     윤이나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시국상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나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며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2016.11.15.

국민의당 '퇴진' 먼저 치고 나가자 민주당도 '퇴진'
문재인-안철수, 협의체 각론 두고도 충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을 선두로 세워 박 대통령의 퇴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유력 대권 주자중에서도 '퇴진' 카드를 빠르게 꺼내든 편이다. 그는 이후 전국 각지를 돌며 퇴진 서명 운동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도 이어 10일 중앙위를 열고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운동과 12일 촛불집회에 참여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당론으로 유지해왔고 촛불집회 참여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14일 4시간에 걸친 의원총회를 통해 '퇴진 요구'를 당론으로 의결했다. 이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 개시를 선언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은 전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본격 개시됐다. 문 전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며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나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 중 마지막까지 '퇴진'을 언급하지 않던 문 전 대표가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표가) 추미애 대표의 양자회담 제안 철회와 민주당의 퇴진 당론 채택 이후에야 드디어 국민의 촛불 대열에 합류했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16일 "어제 문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대단히 유감스러운 내용을 포함했다"며 "여태까지 뚜렷한 의견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민심과 정당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자 퇴진을 요구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서 그 로드맵이 과연 이해가 될 수 있는 로드맵인가. 로드맵 자체도 사실 없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맞불 기자회견'도 열었다. 안 전 대표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공소장에 대통령의 진술이 포함되는 것을 피하려는 속셈"라고 지적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11.16.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지만 문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의식해 바로 다음날 자신도 공개 회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문 전 대표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우병우 구속수사 촉구' 농성장을 방문, 안 전 대표가 여권 인사들이 포함된 '정치지도자회의'를 제안한 데 대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함께 책임져야 할 공범 또는 공동책임 관계에 있다"며 "새누리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분명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할 때 협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 제안을 비판한 것이다.

두 당의 경쟁은 호남으로도 옮겨 붙었다. 문 전 대표는 15일 '정계 은퇴' 발언을 한 데 대해 "광주와 호남에서 우리 당이 지지받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문 전 대표의 꿈이 대통령이면 호남을 전략적으로 이용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이렇게 호남사람을 무시하는 또 다른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분노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이 민주당보다 '퇴진' 등 강경한 대응을 한 발 먼저 치고 나간 데에는 선명성을 앞세워 '최순실 사태' 정국의 주도권을 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문 전 대표라는 지지율 1위의 유력 대선 주자의 입장 등을 고려해 좀 더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했다. 

그러나 촛불 민심이 규모를 키워가고 있고,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분노가 커져감에 따라 양당 모두 격한 발언을 앞다퉈 쏟아내며 최순실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를 설치했고 문 전 대표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우병우 구속수사 촉구' 농성장을 방문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 공동 '하야 투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렇듯 두 사람과 두 당이 최순실 정국에서 차기 대선을 겨냥한 한치의 양보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