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되든 철강·섬유 '울상'…車는 '희비'

2016-11-09     안명옥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환호하는 군중 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키고 있다. 2016.11.08

클린턴 승리하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 추진될 전망
트럼프, 국익 최우선주의 강조하며 자유무역 협정 전면 재검토 할 듯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9일 나올 결과에 따라 우리 수출업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자동차·IT·신재생 산업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 공공인프라·전통에너지 등 산업의 대미 수출 확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철강과 섬유 수출은 미국 내 짙어진 보호무역주의 성향으로 누가 당선 되든 전망이 어둡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클린턴은 우려와 달리 자유무역주의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를 강조할 것으로 보여 강도 높은 통상압력이 예상된다. 

이날 코트라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지 학계, 업계 전문가, 국내 진출기업 등과 인터뷰한 결과 이처럼 나타났다고 밝혔다.

클린턴이 승리하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 IT, 가전 등 소비재산업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클린턴은 5년간 사회간접자본에 275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서민층 세금공제 혜택 및 부자세 도입으로 내수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공약을 내놨다.

아울러 2025년까지 미국 에너지 공급의 25%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고 제네릭 의약품 승인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신재생에너지·복제약 기업의 대미 수출 확대도 예상된다. 

우려와 달리 클린턴은 집권하고 나면 자유무역주의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클린턴은 대선 과정에서 NAFTA 재협상 및 TPP 반대를 공약하는 등 보호주의적 성향을 보여왔다.

전 상무부장관 미키 캔터는 "클린턴이 주도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은 TPP 및 APEC을 기반으로 한 경제 동반자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 전문가들도 클린턴이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7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의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자 옆에 선 트럼프 가족들이 웃고 있다. 2106.11.08

다만 자국산업 보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철강과 섬유 산업에 대해서는 대외 통상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이는 트럼프가 이길 경우 우리 수출업계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국익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한미 FTA를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비판하며 수차례 재협상을 주장했다. 한미 FTA 재협상 요청과 반덤핑·상계관세 등 통상압력을 강도 높게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NAFTA)를 더 적극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에 한국과의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산업별로는 트럼프가 1조달러 규모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함에 따라 건설업·통신인프라·운송·건설기자재 분야의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또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사기(hoax)'라고 칭하며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전통에너지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

자동차와 철강, 섬유 산업은 '바이아메리칸' 규정 강화로 수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는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는 등 해외로 이탈한 일자리를 되돌리겠다고 공언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 강화가 점쳐진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클린턴은 자유무역협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한미 FTA에 대해 비교적 온건해 국내 수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클린턴은 사회 인프라, 내수 경제 촉진 등 투자로 국내 연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본부장은 또 "트럼프는 한미 FTA를 지속해서 강력하게 비난해왔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 통신인프라, 운송, 건설기자재 분야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