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어른 돼가는 느낌…그래도 정의는 타협하고 싶지 않아"

2016-11-07     신다비 기자
 

■영화 '가려진 시간'
소년같은 성민역 "관객 공감 중요"

배우 강동원(35)의 필모그래피를 본다. '검사외전'(2016) '검은 사제들'(2015) '두근두근 내 인생'(2014) '군도:민란의 시대'(2014) '초능력자'(2010) '의형제'(2010) '전우치'(2009) 등. 공통점이 있다. 하나,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다. 둘, 매 작품 변신에 성공했다.

강동원이 한국영화계 특별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흥행과 연기, 하나도 잡기 힘든 토끼를 그는 매번 두 마리씩 잡아내기 때문이다. 물론 혹자는 그의 뛰어난 외모가 이런 결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답다고 불리는 배우들이 안타까운 필모그래피를 쌓는 모습을 너무 자주 봐왔고, 보고있다.

강동원이 이렇게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는 건 그가 꽤나 정확하게 연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외모와 감성 모두를 제 때 쓸 줄 안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항상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강동원은 열연(熱演)하기보다 적역(適役)이 된다.

신작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뜻 이 작품은 강동원이 연기한 '성민'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가려진 시간'은 신인배우 신은수가 연기한 '수린'의 영화다. 강동원은 그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래서 그는 반복해서 "관객의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 공감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짚는다. 

-이번 작품 출연을 망설였다고 했다.

"나이 때문이다.(웃음) 어느덧 삼십대 중반이지 않나. 소년같은 캐릭터를 하는 게 맞나 싶었다. 내 안에 아직 그런(소년같은) 부분이 조금은 남아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아저씨가 되고 있는 건 맞다."

-더 젊을 때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들더라.(웃음)

"맞는 말이다. 현장에서 우스개 소리로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번 작품도 그렇고,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타지 장르가 많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항상 의도적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

"잘 모르겠다. 다만 현실에 있는 이야기보다는 (현실에) 없는 이야기,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나이가 드니까 인간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그런 작품에도 조금씩 관심이 생긴다. 예를 들면, 어릴 땐 화려한 옷을 입고 다니다가 점점 점잖은 옷을 입게되는 것과 비슷하달까."

-판타지 장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여서 그런 건 아닐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내 일이니까 하는 것뿐이다.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판타지이지만,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작품에서 어른의 몸을 갖게 된 초등학생을 연기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크게 고민 안 했다. 연기 하기 전에 계획했던 게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디테일을 살리면서 쭉쭉 밀어붙이면 됐다."

-그래도 고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고민했던 건 무엇인가.

"이 영화를 특정 연령층, 특정 성별만 좋아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제일 집중했던 건, 이건 연기자의 몫인데,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현실에 발붙이게 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아이같은 말투와 행동을 오글거리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섞어야 했고, 감정 표현 또한 적정선에서 이뤄져야 하는 부분들을 고민했다."

-비주얼적인 부분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을 것 같다.

"캐릭터 비주얼에 관여하지 않았다. 다만 촬영하면서 거슬리는 부분은 이야기했다. 분장이나 의상이 너무 튀면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분장·의상팀과 조율하면서 했다."

-초등학생을 연기하기 위한 준비같은 건 없었나. 그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한다거나.

"따로 연구를 하지는 않았다. 효재('성민' 아역)가 연기한 걸 봤다. 그 친구가 연기할 걸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나리오에 자라는 과정이 있으니까, 시나리오 믿고 가면 됐다."

 

-상상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러니까 배우 마음 속에 그래도 '소년 감성'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다. 음…이건 다른 이야기이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은 있다. 태도의 변화도 있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사람을 보는 시각도 분명히 바뀌고 있다. 그래도 어릴 때 믿었던 정의(正義)라든가 그런 건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내가 이제 어른이 돼 가는 느낌이 있다."

-언제 그런 걸 느끼나.

"작은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작은 일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 버릴 건 버리고 살아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도 이제 삼십대 중반인데 옷 같은 거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뭐 이런 거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어떤가.

"연기는 크게 모르겠다. 바뀐 건 모르겠고, 갈수록 편해지는 건 있다. 갈수록 스트레스가 없달까.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금방 떠오르고, 금방 정리하고, 쉽게 쉽게 디자인한다. 그 시간을 아껴 디테일을 잡는 데 쓴다."

-좀 더 편하게 연기하는 데 있어서 나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인가.

"경험이 쌓였다는 표현이 맞다. 나이를 먹었다는 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관련 있다. 어릴 때는 형사 역할 같은 거 못했다. 어려보인다고. 근데 지금은 하지 않나."(강동원은 이병헌·김우빈과 함께 출연한 영화 '마스터'에서 형사를 연기한다.)

-반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아쉬운 건 없나.
 

 

"없다. 새로운 걸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어릴 때 할 수 있는 건 이십대 때 다 했다. '늑대의 유혹' 같은 영화도 했고.(웃음)"

-어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수린'을 연기한 신은수 배우가 아무래도 나이가 다소 어리다보니 친해지는 과정도 필요했을 것 같다.

"친하게 지내려고 했다기보다는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원래 누구랑 친해지려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꼭 친해야 연기하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창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뼛거리게 되는 그런 거 말이다. 그걸 깨는 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했었다.(웃음) 아무튼 은수가 연기를 참 잘했는데, 쭈뼛거릴 때가 있었다. 은수가 최대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하려고 했고, 은수에게 연기를 가르쳐 주는 분에게도 현장에서 편하게 행동해달라고 주문했다."

-친하게 지내야 연기가 더 잘된다고 말하는 배우들도 있지 않나. 특히 남자배우들 중에는.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선배들과 형·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살가운 스타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려움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배들이 나를 편해하지 않는 것 같다.(웃음)"

-하지만 강동원에 대한 송강호·김윤석 배우의 평가는 매우 좋더라.

"(웃음) 그런가. 송강호 선배는 내가 촌놈같아서 좋다고 하긴 하더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강동원 하면 역시 외모다. '가려진 시간' 또한 강동원의 외모가 필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뛰어난 외모 덕분에 연기력이 저평가되거나 제대로 언급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상관없다. 내가 부족하면 더 잘하면 된다. 단순한 일이다. '왜 나를 몰라주는 거야'라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건 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가. 그냥 알아주게 하면 된다. 간단하다."

-최근 강동원의 두 가지 키워드는 흥행과 변신이다. 매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고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칭찬을 받지 못한 연기가 없었다. 흥행에 대한 부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나.

"흥행에 대한 부담은…없다.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다는 나만의 확신이 있다.(웃음) 진짜 부담스러울 때는 영화 자체가 안 좋을 때다. 하지만 '가려진 시간'은 그런 작품이 아니니까 부담이 없는 거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없다.(웃음) 어차피 난 비슷한 캐릭터는 고르지 않는다. 답습하기 싫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크지는 않나.

"그렇지 않다. 난 특별히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성격이 원래 그런가.

"그렇다. 연기는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서 써져있는대로 표현하는 거 아닌가. 단순히 말하자면 그렇다. 그 인물을 내 안으로 가져오면 힘들다. 난 그냥 툭하고 (캐릭터 속으로) 뛰어든다."

-거의 모든 질문에 부담도 없고 어려움도 없다고 답했는데, 어려운 게 있기는 한가. 최근 가장 어려웠던 것 한 가지 말해달라.

"중국어가 어렵더라.(웃음)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렵더라. 경상도 사람이니까 성조같은 건 그렇게 낯설지는 않은데…."

-중국어를 배우고 있나. 일본어도 수준급인 걸로 알고 있다.

"일 하면서 살아남으려고 하다보니까 하게 됐다. 언어 감각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없진 않은 것 같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건가.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런데 계획을 한 건 아무 것도 없다.(웃음) 그래서 영어도 하고, 일본어도 한다."

-왜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가.

"배우로서 더 다양한 영화, 더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 세상에 날고 긴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런 사람들과 작업해보고 싶다. 그런 면에서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다. 더 좋은 영화, 더 좋은 영상을 찍으려면 결국 한국영화의 총예산이 올라가야 한다. 예산을 올리려면 아시아 동시 개봉이 가능해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배우의 힘이다. 배우가 선봉에 서야 한다.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들어가서 더 글로벌한 영화가 완성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서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 명확한 일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해서 중국 쪽에 인지도를 쌓는 게 우선이 아닌가.

"그런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 한국 드라마로 중국에 가서 중국 자본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있나.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단기 프로젝트성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주변 사람이, 관객이, 대중이 원한다고 해서 다 할 수는 없다. 내가 정확하게 판단해서 해야 하는 거다."

-최근에 이병헌 배우와 연기를 했는데, 이병헌과 해외 진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나.

"없다.(웃음) 전혀 안 했다. '매그니피센트7' 촬영 현장에 대해서 몇 마디 듣기만 했다."

-정리하자면, 해외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좋은 영화를 하기 위함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