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강남권 부동산 "정부 규제 영향? 글쎄…"

2016-11-07     안명옥 기자
 

"부동산 시장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달까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시세가 조정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할 것이다." (마포구 대흥동 A공인중개소) 

서울 마포·서대문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전매제한 기간 연장,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청약 재당첨 제한 등의 강도 높은 규제책에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다.

정부 대책이 나온 다음 날 마포구 대흥동의 A공인중개소를 찾은 40대 남성은 "전세살이에 지쳐서 대출받아 집을 사려고 했는데 정부 대책이 나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주저했다.

이에 공인 관계자는 "이 동네는 입지가 좋아 괜찮다"며 "어차피 부동산은 장기적으로 볼 때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당장 조금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르게 돼 있다"고 발길을 잡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관계기관 간 협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분양권 전매금지다.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는 전매제한 기간이 종전 6개월에서 18개월로 늘어난다. 앞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게재하는 분양사업지가 규제 대상이다. 

A 공인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은 투기과열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존 아파트 시장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다"며 "당장 급매물이 나오지도 매수문의가 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대책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시세가 오르락내리락 할 수도 있다. 하지만 15년 이상 중개업을 한 개인 경험으로 볼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은행 금리보다 실물투자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SK건설과 GS건설은 이달 마포구에서 아현뉴타운 마포로6구역을 재개발하는 '공덕SK리더스뷰'와 대흥2구역을 재개발하는 '신촌그랑자이'를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서대문구 연희1구역을 재건축한 '연희파크푸르지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희동에서 10여 년 만에 나오는 신규 아파트다. 

이들 단지는 마포구와 서대문구에서 전매제한 규제 18개월이 적용되는 첫 시범단지가 될 전망이다. 만약 분양시장에서 고전할 경우 다른 건설사들이 향후 분양가를 낮추거나 분양 일정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신촌그랑자이 인근 공인 관계자는 "입지가 좋으므로 무난히 1순위 마감할 것으로 본다"면서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없다. 이미 웃돈이 1억5000만 원 정도 붙어 분양가외 차이가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덕SK리더스뷰 인근 공인 관계자는 "SK뷰의 25평 기준 분양가는 5억 원대로 예상된다. 조합원 입주권은 웃돈이 2억 원 붙어 거의 7억 원이다. 입주까지 3년이나 남았다"며 "차라리 청약당첨을 노려보던지 인근의 오래되지 않은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인근 다른 공인 관계자는 "SK뷰 인근 래미안 5차의 경우 지어진 지 5년 정도 됐는데 25평이 6억5000~6억8000만원에 거래된다. 그동안 이 일대 아파트 시세가 모두 올랐다"며 "정부 규제로 집값이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어차피 나중 되면 다시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연희파크푸르지오 인근 공인 관계자는 "역세권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가 안산도시자연공원과 가까운 숲세권이라 어르신들에겐 인기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희동에 신규 아파트가 없었기 때문에 청약률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강남권 재건축 투자수요가 비강남권으로 옮겨붙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눈에 띌만한 현상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아직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현재 분양권 전매 거래가 가능하거나 규제 강화를 피한 비강남권 단지는 ▲서대문구 DMC2차아이파크 ▲서대문구 홍제원아이파크 ▲은평구 힐스테이트녹번 ▲마포구 신촌숲아이파크 ▲용산구 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 ▲성북구 래미안장위1 ▲성북구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양천구 목동롯데캐슬마에스트로 ▲동대문구 답십리파크자이 ▲동작구 e편한세상상도노빌리티 ▲동작구 아크로리버하임 ▲동작구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 등 모두 12곳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해 보면 '풍선효과'는 입지나 여건이 좋은 단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비강남권의 경우 통상 분양에서 입주까지 2년6개월(30개월)의 기간이 소요됨을 고려할 때 분양권 기간의 60% 가까이 전매행위가 봉쇄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수익이 나는 쪽을 찾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규제로 계약금만 들고 시세차익 목적에서 웃돈을 노리던 청약 가수요의 활동이 제한됨과 동시에 강남권 전매규제로 틈새 상품을 찾아 이동하는 강북지역 풍선효과 유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과 경기일부, 세종 등의 공공택지도 사실상 입주 때까지 전매를 금지했기 때문에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단 전매금지 대상이 아니거나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그렇다고 비강남권 전역이 수혜를 보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강남권 진입이 용이하거나 학군 등 입지가 좋은 단지 위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도심에서도 분양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권 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올 연말까지 분위기를 살피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며 "집값 상승 폭은 점차 낮아지면서 장기적으로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