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뇌관 '생계형 대출'①]당장 쓸 때 찾는 기타대출, 1년새 34조원 늘어

2016-10-24     안명옥 기자

전년比 증가율 11.5%…주담대 14.9%와 비슷한 수준
제2금융권 증가율 16%로 예금은행 7.7% 두 배 육박
"향후 금리인상 등 이벤트 발생시 가계부채 뇌관될 수 있어"

정부가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 공급까지 축소하며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나섰지만 '생계형 대출'로 불리는 기타대출은 담보대출과는 별도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타대출이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어 향후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33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298조7274억원 대비 34조3652억원(11.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시장 활황을 등에 업은 주택담보대출이 474조3409억원에서 540조2130억원으로 13.89%(65조872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타대출의 증가세도 상당히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기타대출은 주담대를 제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 나머지 종류의 대출을 합한 것을 말한다. 

담보가 없고, 대출절차가 간단해 당장 쓸 돈이 필요한 이들이 기타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타대출을 생계형 혹은 생계비 대출로 부른다. 

문제는 최근 기타대출 잔액이 비교적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위주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기타대출은 지난해 8월 141조1877억원에서 올해 8월말 163조4342억원으로 15.76% 급증했다. 

예금은행 기타대출이 157조5398억원에서 169조6585억원으로 7.6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이로 인해 전체 기타대출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7.2%에서 올해 49.1%로 사실상 절반 수준에 올라섰다. 

정부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막기 위해 올해 초부터 주담대를 위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구입 등의 목적보다 실질적인 생활비가 필요한 서민들은 제2금융권을 통해 꾸준히 기타대출을 받고 있다. 

대출자가 고금리인 제2금융권 기타대출로 옮겨가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이 낮아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향후 미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소득 및 담보 측면에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은 은행 대출이 더 어려워졌다"며 "이로 인해 대출 규제 강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 금리 수준이 높고 변동금리부 조건의 비중도 높은 대출을 늘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가계부채가 부실화된다면 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청년층, 노년층, 저소득층, 자영업자, 무직자, 무주택자 등 취약계층에서 먼저 표면화될 것"이라며 "취약계층이 비은행권 대출이나 신용대출의 형태로 부채를 늘리는 풍선효과가 가계부채 부실화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