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왜 계열사 만들어 삼성 개입 나섰나
신영증권, '양의 탈을 쓴 엘리엇' 내놔
2016-10-20 신다비 기자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갤럭시노트7 폭발 이후에도 지지의사를 표시하는 등 작년과 다뭇 달라진 행보를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전자 경영에 개입하는 취지가 단기 수익 극대화일지, 아니면 공생일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엘리엇의 행보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는 진단이 나왔다.
신영증권 김은진 연구원은 20일 '양의 탈을 쓴 엘리엇'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돌연 양의 탈을 쓰고 돌아온 엘리엇의 컴백 소식이 그저 달갑지만은 않다"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엘리엇은 과거 수익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전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엘리엇이 이번에는 'Blake Capital LLC'와 'Potter Capital LLC'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고 주주제안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새로운 계열사를 앞세워 엘리엇이 한국을 다시 찾았다"며 "과거 삼성물산 공격 당시 자사 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Blake Capital LLC와 Potter Capital LLC는 델라웨어주에 지난 4월 14일 설립됐다. 델라웨어는 낮은 세금과 투명한 법규 등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어 미국 내에서 헤지펀드가 가장 많이 설립되는 지역이다.
그는 이어 "엘리엇의 계열사와 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 2개가 같은 지역에서 같은 날, 같은 대행사를 통해 설립된 점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지분 매입 목적으로 지난 4월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엘리엇이 삼성전자 경영 참여에 과거처럼 자사 펀드를 이용하지 않고, 계열사를 이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작년 헤지펀드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가 실패로 돌아간 점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폴 싱어 회장이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으로 지정돼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통해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장에 다시 뛰어드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를 제한하고, 엘리엇 펀드의 수익률을 보호하기 위해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 형식의 계열사를 설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 과거 소버린펀드의 SK 경영권 개입, 엘리엇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당시에도 SK와 삼성물산의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