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선제타격 주장' 엄포인가 실제인가

美 강경론, 차기행정부 대북정책 염두한 듯

2016-10-06     신다비 기자

 5차 핵실험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 양국에서 '북한 선제타격론'이 거론되고 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가능성을 내비치며 불붙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국내 정치권에서도 동조를 얻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16일 미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정은 정권의 굽힐줄 모르는 '핵무기 폭주' 의지에 대한 경고성 차원으로 읽힌다. 아울러 북한이 최근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엔진 시험에 나서며 핵·미사일 위협이 구체화되자 미국 내에서도 강경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북한 선제타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 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의 핵무장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서라면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개발, 북한 핵시설 선제 타격, 김정은 정권 붕괴 등 가능한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소 황당하기도 하고, 실제 강행될 경우 한반도의 운명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될 대북 선제타격론은 이렇듯 한미 양국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제타격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실제 실행에 옮기려는 것 보다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크거나 임박한 상태에서 북한 핵미사일 등 치명적 위험요소를 미리 타격해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영변 핵시설, 동창리·무수단리 미사일 기지, 평양의 군 지휘부 등이 타격대상이다.
 
비록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지만 이를 전쟁임박 징후로 간주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현재 국내외에서 거론되고 있는 선제타격 개념은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예방타격은 전쟁 발발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 위협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1994년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 핵문제를 단숨에 풀고자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전쟁 발발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해 성사되지는 않았다.
 
그때 알려진 개념이 외과수술식으로 핵시설 등 주요시설만 도려내는 정밀타격 방식의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다. 서지컬 스트라이크는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 선제타격 등의 내용이 담긴 작계 5026에도 담겼다. 미군은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에서 이 개념을 실전에 적용한 바 있다.
 
예방타격은 전쟁에 임박해 실시하는 선제타격에 비해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침공' 논란이 불가피하다. 자칫 북한으로부터 전쟁의 역공의 빌미를 제공해줄 수 있다.
 
군사·안보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예방타격을 포함한 선제타격론의 부각 상황에 대해 "북한 정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미 양국의 군·정보당국이 북한의 최고지도부 동향과 핵·미사일 시설 등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심리전 성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거듭 제기되는 이유는 다음달 대선 후 들어설 차기 행정부의 군사전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핵 문제를 방치했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군사적 접근을 통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북한은 5일 한미 양국에서 제기되는 '북한 지휘부 등 선제타격' 주장에 대해 "우리는 이미 선제공격방식으로 전환했다"면서 "우리 혁명무력의 경고를 심사숙고하는 게 좋은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과 남조선괴뢰들의 '선제타격' 기도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적들의 반공화국 '선제타격' 기도는 군사연습의 범주를 벗어나 제도압살을 노린 실행단계에서 공공연히 강행되고 있다는 데 그 모험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이어 "우리 운명의 전부인 최고수뇌부를 감히 '선제타격의 대상'으로 운운한 것만으로도 호전광들의 군사적 광기는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섰으며 그것은 우리 군대의 분노를 더 이상 억누를 수 없는데로 떠밀었다"고 강조했다. 현재로는 양측이 선제타격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를 압박하는 양상이지만, 보는 이들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