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 간담회 대신 도시락 런치미팅?…기재부
지난달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공직사회의 대외 소통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언론과의 오찬 및 만찬 간담회 대신 샌드위치나 도시락 런치미팅이 대세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첫 테이프는 나라살림을 맡은 기재부가 끊었다.
기획재정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상목 1차관이 주재로 기자단 대상 브라운백 런치 미팅(brown bag lunch meeting)을 열었다.
브라운백 미팅은 간단한 점심식사와 함께 토론을 하는 회의를 뜻한다. 샌드위치 봉투가 갈색인데서 유래한 서양식 회의 형식이다.
이전까지 정부 부처가 언론과 소통하는 자리는 오찬·만찬이나 브리핑 등이었다. 기재부도 실국별 오찬·만찬 등을 통해 기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현안이 있을 때는 간부들이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자단과 외부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일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기재부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았다. 청사 내에서 기자들과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을 하면서 간단한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매달 초 한차례씩 출입기자단 브리핑을 해왔던 최 차관이 브라운백 미팅으로 형식을 바꿔 첫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출입기자 50여명과 경제정책국, 정책조정국, 국제금융정책국 등 주요 실국 간부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준비된 도시락을 먹으며 약 한 시간 가량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 차관은 최근 경제 동향 및 대응 방안, 한진해운 사태 진행 상황, 세법 개정 등에 대해 간단한 모두발언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회의 주재자 입장에서는 준비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최 차관은 경유차 폐차지원금 등 일부 현안에 대한 질문 때는 담당 간부를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답변을 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시간 동안 기자들에게 거의 모든 경제 현안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답을 해준다는 것은 왠만한 회의보다 훨씬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며 "회의를 주재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간단한 식사를 겸한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활성화해 새로운 대언론 소통 방식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송언석 2차관 등 다른 주요 간부들도 브라운백 미팅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은 "꼭 법 시행 때문만이 아니고 세종에 내려와서 과천에 있을 때보다 기자들과의 소통이 예전만 못했다"며 "앞으로 이것을(김영란법) 계기로 건전한 소통이 촉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직원조회를 열어 김영란법 시행 후에도 현장과의 소통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라 다소간 혼란과 불편함이 있을 것이고, 일부에서는 정부와 현장 간의 소통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나는 오히려 더 이상 눈치보지 않고 떳떳하게 현장을 찾아가고 시장과 소통하며 국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우리사회 기반으로 확실하게 다져나가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