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국감복귀, 전격 결정한 배경은

2016-10-03     신다비 기자
▲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7일째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6.10.02.

 새누리당이 2일 국정감사 복귀를 전격 결정한 데에는 국감 파행 장기화에 따른 여론이 우호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간 새누리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법적· 정치적 논쟁에 이어 형사고발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까지 이어지는 극단의 대결로 치달았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방미 기간 부인과 동행해 비행기 1등석을 이용했다는 점과 준비해 간 시계를 200여개 동포들에게 뿌렸다는 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딸을 만났다는 점 등을 폭로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갔다.
 
이에 정 의장은 법적 대응을 거론하며 초강경으로 맞섰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정 의장 부인이 시내 유명 백화점에서 연간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다는 등의 이른바 '황후 쇼핑' 의혹마저 제기했다. 이에 여당으로서 치졸한 폭로전에 나섰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정 의장 쪽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한 측근은 SNS에 정 의장이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띄워 단식 중인 이정현 대표를 조롱한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의장이 과거 당대표시절 단식 투쟁하던 모습을 SNS에 띄우면서 이 대표 단식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양측의 이같은 이전투구가 이어지자 여론은 더욱 차가워졌다. 정 의장에게는 국회를 잘 운영해야 할 수장으로서 '어른'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새누리당에게는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여야 협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정 의장의 차수 변경 부분이 과연 1주일 여 국감을 파행까지 가게 할 정도로 문제가 되는 일이었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새누리당이 먼저 회군을 선언했다. 여론의 동향에 따른 결정이지만 이를 놓고 여러 정치적 득실 계산법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여론에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오히려 정 의장을 압박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복귀 결정을 하면서 정 의장의 강도 높은 태도 전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국회 정상화에 나섰으니 정 의장도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정 의장은 대국민 사과나 유감 표명 등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수위로 입장을 밝히느냐 하는 부분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국회 정상화를 먼저 선언한 마당에 정 의장이 약한 수위의 입장 표명에 그치면 여론의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정 의장 입장에서 법적 문제도 없는데 덮어놓고 고개를 숙이는 것도 마뜩치 않다고 여기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 의장이 3일 호주로의 출국을 앞두고 대국민 성명 등을 발표, 국회 파행에 대한 의장의 책임을 밝히면서 사과와 유감 표명의 중간 정도 되는 선에서 소회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