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SK' 선도하는 최태원 회장, '사업·조직' 재편 본격화
SKT, 직급 5단계→2단계 단순화하는 등 개편
2016-09-27 송경진 기자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는 그간 강조돼온 변화의 속도·깊이 등 2차원적 개념을 넘는다.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한 만큼 끊임없이 전략회의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근 그룹 전반의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6월말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하며 그룹 전반의 강력한 혁신을 주문하고 나선데 기인한다.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다가오는 '하반기 CEO 세미나'를 앞두고 긴장감 속에서도 분주한 모습이다.
SK그룹 내 고위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 사업하는 방식, 자산 효율화 등을 언급하며 각 CEO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라는 주문에 따라 변화의 대상·방법, 그리고 변화의 목적까지 아우르고 있다"면서 "하반기 세미나 이후 모든 것을 바꾸기 위한 최 회장의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시 최 회장은 "현 경영 환경 아래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슬로(Slow)가 아니라 서든데스(Sudden Death·돌연사)가 될 수 있다"고 작심하고 주력 계열사 CEO들에게 채찍질을 하고 나섰다. 즉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계열사별로 혁신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12일 2박3일 일정으로 최 회장과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과 16개 주력 계열사 CEO 등 40여명이 참석하는 '하반기 CEO 세미나'를 연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상황에 맞는 혁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최 회장의 주문은 지난해 하반기에 각 계열사들에 '파괴적 혁신'을 주문했는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각 계열사들에 자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총수의 강도 높은 주문에 따라 그룹 전 계열사들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안 마련에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의 주문에 조직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업계 최초로 평일 반바지 근무를 허용했다. 최 회장의 '혁신(이노베이션)'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기존 사고방식을 벗어나 불필요한 절차를 폐지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했다.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은 '품의서ㆍ통보서가 사라진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경영층 의사결정 방식도 바꿨다. CEOㆍ임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논의한 사안들은 추가보고나 결재를 거치지 않고 회의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이 완결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 늘 밝혀왔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방향 ▲조직문화 혁신 등 큰 틀에서 두 가지의 큰 변화에 대해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 비전통자원에 대해 관심을 한층 높이고, 글로벌 파트너링과의 인수·합병(M&A), 중국과 미국 중심의 사업개발 강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 회장이 지시한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현재 5단계로 구분된 직급 체계를 2단계로 줄이는 조직문화를 개편할 예정이다. 장도현 SK텔레콤 사장은 사내 방송을 통해 "현행 5단계인 직급 체계를 2단계로 줄이는 인사제도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회사 전체가 열심히 변화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현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언론에 공개할수 있는것은 없다"고 했다. SK텔레콤은 2006년 이후 10년만에 직원 직급을 현행 5단계에서 2단계로 단순화하는 등 내부 평가·보수 체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더욱 민감한 SK하이닉스의 경우 미래먹거리 찾기에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상반기 반도체 수요·가격 급추락에 직격탄을 맞아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등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상황 극복을 위해 올해 연구개발비(R&D) 투자에 공격적이다. 지난 1분기 연구개발비는 4425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6557억원)의 12.1%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3.2% 상승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 등 어려운 시장상황에서도 투자를 통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도약하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측은 내년 안에는 10나노 후반대를 성공적으로 양산하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SD가 확산되고 스마트폰 낸드(NAND) 용량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디램(DRAM) 시장 뿐 아니라 낸드 시장까지 공략하는 것 또한 목표"라며 "48단 3D낸드 기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제품 상용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케미칼 역시 미래성장동력 찾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고기능 플라스틱(PETG) 및 에코젠와 같은 친환경 코폴리에스터 소재와 바이오에너지 등 그린케미칼과 세계 최초 세포배양 4기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비롯한 백신사업 등 라이프사이언스에 집중한 먹거리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그린케미칼 부문은 매출 5025억원, 영업이익 265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매출 3492억원, 영업이익 68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46.5%, 영업이익은 289.7%가 신장됐다. 영업이익률도 2%에서 5.3%로 1년 새 3.3% 포인트가 상승했다. 라이프사이언스 부문은 올 상반기 매출 1590억원, 영업적자 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1305억원, 영업적자 158억원으로 매출은 21.8%가 증가했고, 적자 폭은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됐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이처럼 단기간 상당한 성과를 도출하는 등 사업성과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두 부문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