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이석수 사표 수리…'국감 출석 방해' 논란
2016-09-25 신다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감찰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한 가운데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란 논란이 제기되면서 정국 경색이 심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3일 오후 3시 이 전 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특별감찰관실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달 29일 사표를 제출한 이후 25일 만이다.
이 전 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청와대가 이를 '중대한 위법행위'와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성토한 바 있어 사표가 즉시 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은 사의안 재가를 오랫동안 미뤄왔다.
이를 두고 이 전 감찰관의 우 수석 감찰 내용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만큼 박 대통령이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사표 수리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의 사표는 즉시 수리해주지 않는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9월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했을 때도 박 대통령은 이를 보류했다.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진실규명이 우선이고 사표수리는 나중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다가 혼외자 존재를 인정할 만한 관련 진술과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는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자 사표 제출 15일 만에 이를 수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 전 감찰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표를 수리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이 전 감찰관의 국정감사 기관증인 출석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감찰관은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자신이 아는 내용을 사실대로 얘기하려고 했다"며 "우 수석 문제와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의 의혹을 감추기 위한 청와대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진정 박 대통령이 이 감찰관의 국회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그의 사표를 부랴부랴 수리한 것이라면 국회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까지 현 정권이 이 감찰관의 손발을 묶고 입을 막으려고 했던 행태를 보면 국감 출석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감찰관은 오는 30일 법사위 국감에서 기관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였지만 이날 사표 수리로 기관증인 자격의 출석은 무산됐다.
당초 야당은 이 전 감찰관의 증인 출석을 계기로 우 수석 사퇴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태세였다. 이 전 감찰관이 지난 7월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의 모금 과정과 관련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내사한 것을 두고 정권 실세 개입 의혹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전 감찰관의 국감 기관증인 출석과 사표 수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관법상 특별감찰관은 국회에 출석하더라도 감찰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국감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사표를 수리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된다. 이 때문에 이 전 감찰관이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감찰 내용을 언급할 수 없는 만큼 이를 방해하려 사표를 수리했다는 야당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감찰관이 대통령 해외순방 전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순방을 다녀온 뒤 보자는 분위기였다"며 "시간이 지나서 사표를 수리한 것이지 특별한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3년 임기의 특별감찰관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3인의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며 대통령은 이 가운데 한 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 청문회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