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차량 뒤쫓다 다친 택시기사…法 "의상자 인정"

"직무와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의 위험 무릅쓰고 추격"

2016-08-28     윤이나 기자
뺑소니 차량을 뒤쫓다가 다친 택시기사를 직무 외 구조행위를 한 의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장순욱)는 택시기사 이모씨가 "의상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피해자에게 뺑소니 사고를 내고 도주한 차량을 확인하고 곧바로 택시를 운전해 뒤쫓았다"며 "범인을 체포해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급박한 위해에 처한 피해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신의 직무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해 차량을 추격한 것"이라며 "범인을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척수 등을 다쳤다"고 밝혔다.
 
또 "무리하게 가해 차량을 뒤쫓은 것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됐더라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역방향으로 정지해 있던 가해 차량의 도주를 막기 위해 이 차량을 가로막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 차량이 도주를 포기하고 멈춰있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가해 차량이 다시 도주하면서 택시가 오는 방향으로 좌회전을 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됐고 이씨가 이러한 돌발상황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2년 2월 인천시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목격하고 피해자에게 가해 차량을 확인한 후 그 뒤를 쫓다가 부상했다.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앞서가던 피해차량 왼쪽 뒷부분을 치고 곧바로 도주했다.
 
이를 목격한 이씨는 피해자에게 가해차량을 확인한 후 그 뒤를 쫓았다.
 
그러던 중 뺑소니 차량은 도로에 미끄러져 180도 회전을 하게 됐고 역주행 방향으로 급정거했다.
 
뒤를 쫓던 이씨는 뺑소니 차량의 도주를 막기 위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운행했다. 뺑소니 차량은 택시가 자신의 앞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봤지만 도주하려 급히 골목길로 좌회전했고 이씨는 충돌을 피하고자 급제동했지만 도로에 미끄러져 공중전화부스에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이씨는 척수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고 2013년 척추장해 등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2013년 6월 "의사상자로 인정해달라"며 보건복지부에 신청을 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듬해 12월 "구조행위로 보기 어렵고 이씨의 중대한 과실로 다쳤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뺑소니 사고자를 체포하기 위해 추격하다가 다쳤다"며 "구조행위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 소송을 냈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 또는 신체상 부상을 입었을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를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