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최고위급 외교관 태영호 공사 앞으로 행보는?
태 공사, 북한 외교전략·외화벌이 정보 등
2016-08-21 신다비 기자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분류되는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가 앞으로 한국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들어와 정보 기관에 체제에 대한 염증과 남한에 대한 동경 등을 탈북 동기라고 밝힌 만큼 대북(對北) 활동에 뛰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국내 정착한 탈북자들 중에 북한에서 고위층에 속했거나 당 또는 내각에 속해 활동했던 인물들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정보 당국의 보호 하에 대북 관련 활동을 하곤 한다. 이들을 통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과학기술 발전 수준이나 엘리트 권력 내부의 역학 구도 등 북한 내부의 고급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에 정착한 북한 최고위급 탈북자들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체사상을 만든 황장엽(2010년 사망·탈북 당시 노동당 비서)씨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망명한 이후 저술 활동과 강연 등의 대외 활동을 이어가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콩고 북한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가 1991년 탈북한 고영환씨의 경우 현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잠비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3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다가 1996년 탈북한 현성일씨도 같은 연구원에 있다.
전 새누리당 의원(19대·비례대표)을 지낸 조명철씨는 김일성종합대학 상급교원을 지내다 1994년 탈북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통일부 통일교육원장까지 지냈다.
태 공사 역시 지난 1997년 장승길 당시 주이집트 북한대사의 미국 망명 이후 19년 만의 최고위급 외교관 탈북자로 평가받는 만큼 이들과 같은 길을 걸을 거라는 관측이다.
그는 스웨덴과 덴마크를 거치고, 북한 서방 외교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영국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영국 간 외교관계, 북한 외무성의 대(對) 서방 외교전략, 유럽에서의 외화벌이 구조와 실태 등의 정보를 갖고 있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그는 탈북자들이 많은 영국 런던에서 북한의 대외 이미지 개선과 김정은 체제를 선전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만큼 일반적인 북한 외교관들 보다 좀 더 고급 정보를 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다 태 공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이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에릭클랩튼 공연을 관람했을 당시 그를 수행한 바 있다. 장기간 영국에 체류하면서 북한 핵심 권력층과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현재로써 그가 어떤 행보를 택할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엘리트 외교관 출신에다가 북한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북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크게 점친다. 아울러 얼굴이 공개된 인물이란 점도 대외 활동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정부는 태 공사의 신분과 특수성 등을 감안해 조사를 마친 이후에도 그를 정착지원센터(하나원)로 보내지 않고 국가정보원 관리 속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보호센터)에 머물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월 집단탈북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들도 4개월여 동안 국정원의 보호 하에 보호센터에서 교육까지 마치고 이달 초 사회로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