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안보·민생으로 일정 재개…禹논란 거리둘 듯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안보와 민생을 키워드로 공식일정을 재개한다. 다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는 거리를 둘 전망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다.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아셈) 참석과 몽골 공식방문에서 돌아온 지 사흘 만의 첫 일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9일 있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배경과 북한군 동향 및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한 분석, 우리 군의 대응태세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의 목적이 한국 내 항구와 비행장 등을 선제 타격하는데 있다고 공언한데 따라 이는 역설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 사드 배치에 대한 남한 내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단합해 빈틈 없는 안보 태세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할 전망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14일에도 NSC를 열어 경북 성주 사드 배치 논란과 관련해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으며 아셈 정상회의가 열리던 16일에는 "사드 배치 문제로 국내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국가 안보를 위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NSC로 공식일정을 재개한 것을 계기로 이번 주 정책현장 방문 행보를 이어가고 경제 관련 일정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안보와 민생을 고리로 일정 재개에 나서면서도 우 수석과 관련한 의혹에는 철저히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몽골 순방에서 귀국하기 직전인 18일 우 수석 처가의 강남역 부동산 거래에 '공짜 주식'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이 개입돼 있다는 보도로 시작된 의혹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몰래 변론', 아들의 의경복무 특혜, 진 검사장 비위 눈감아주기, 강남역 부동산 다운계약서 의혹, 처제 이모씨의 조세회피처 국적 변경, 아내의 농지법 위반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우 수석 의혹을 비롯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우 수석의 관련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진실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과거 '성완종 리스트' 파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때도 진실규명이 먼저라는 기조에 따라 상당 기간 침묵을 지킨 바 있다.
또 야당이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부각시키고 전면개각을 요구하는 등 우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를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시키려는 듯한 태세여서 박 대통령이 우 수석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를 '국정흔들기'로 규정하며 정면돌파에 나선 상태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안보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통령과 정부가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정치 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20일에는 우 수석이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일련의 의혹들에 반박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우 수석 의혹 등 정치 현안에는 거리를 둔 채 당분간 안보와 경제 행보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만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전날 우 수석은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일면식도 전혀 없는 사람들과 연루된 의혹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공직자를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게 우 수석의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우병우 퇴진론'이 점화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이미 언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된 데다 후속보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계속해서 안고 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