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감독 사로잡았던 '설국열차' 32년만에 '종착역'
2005년 홍대의 한 만화방에서 그를 사로잡았던 '만화는 영화'가 됐다.
기후 대란으로 갑작스럽게 빙하기에 들어간 지구. 생명은 뿌리 뽑혔고, 가장 먼저 죽은 이가 가장 운 좋은 사람이 된 상황. 살아남은 인류는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결코 멈추지 않는 열차, 설국열차에.
2013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다.
봉 감독을 사로잡았던 만화 '설국열차'는 1986년 앙굴렘국제 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떠올랐다.
1984년 첫 출간 이후 '설국열차'는 현대 사회의 암울한 미래상을 다루는 디스토피아 SF, 그중에서도 종말 뒤의 신세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대표격 작품으로 손꼽혀 왔다.
설국열차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치의 희망도 허용하지 않는 '절망'이다.
계급 구조를 상징하는 칸막이가 달린 1권 '탈주자'의 ‘진짜’ 열차에서 가상현실에 중독된 승객들이 탄 2, 3권의 SF적 열차까지, 냉전과 세기말을 반영하며 배경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인류를 구원하러 노력하는 주인공 앞에 그들의 희생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매순간 처절하게 드러난다.
갈등과 대립, 탐욕이 불러오는 파국 앞에서 쉽게 희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냉혹하고 탐욕스러운 계급 사회의 생리, 거짓을 설파하는 종교와 이것이 결탁했을 때의 혼란, 진실을 은폐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지배 집단 등 현실 세계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 냈다.
이번에 나온 '설국열차 종착역'은 1984년 1권 출간이후 32년 만에 완간된 그래픽 노블의 전설로 최고의 결말이다.
얼어붙은 지구에서 수십 년을 방랑해 온 설국열차. 폭력과 권력 투쟁의 무대가 된 열차에서 살아남은 자들에게 어느날 대양 반대편에서 울리는 신호가 포착되고, 그들은 객차와 승객을 상당 부분 버리면서까지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가는 모험을 단행한다.
이제 열차는 목적지에 다다랐다. 절망에서 출발한 마지막 설국열차는 무슨일을 맞이하게 될까. 홀연히 나타난 쥐 가면을 쓴 인간, 과연 인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할 선지자일까?. 236쪽, 2만5000원, 세미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