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장돌뱅이·시장 상인의 콜라보로 정릉시장은 대박중

성북구, 상인·주민·시민단체·대학 협력으로 전통시장 꿈틀꿈틀

2015-10-29     송경진 기자

한적했던 전통시장이 연일 대박행진 중이다. 화재의 현장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시장.

정릉전통시장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상인과 주민, 30여개의 지역단체 그리고 국민대학교, 서경대학교, 한국예술종합대학 등 지역의 대학이 배려와 협력을 통해 체험과 놀이가 가득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변신해 다른 지역에서 고객들이 일부러 찾는 ‘핫플레이스’가 된 것.

협력의 결실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이 개울장이다. 매월 2, 4주 토요일 정릉천을 따라 이어지는 장으로 13:00~18:00까지 열린다. (6~8월 하절기는 4시~8시) 2014년부터 현재까지 11회가 진행되었으며 참여한 상인 수만 해도 1050명에 달한다.

장이 설 때마다 약 5000명 남짓의 일반 방문객이 방문하며 점차 늘어가는 추세여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게 성북구 관계자의 말이다.

방문객들은 전통시장 특유의 후한 인심에 다른 시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기발랄함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팔장, 손장, 배달장, 알림장, 수리장, 소쿠리장이다.

팔장은 주민의 시간과 삶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다. 손장은 지역의 손작업 예술가들이 작품을 뽐내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장이다. 배달장은 정릉시장의 소문난 먹거리를 배달해 개울장을 즐기면서 맛도 볼 수 있는 정릉시장만의 프로그램이다. 출출해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던 상인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지역의 기업, 복지관 등이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나누는 캠페인이 펼쳐지는 알림장, 물건을 수리해서 다시 쓰는 수리장, 지역의 도시농부들이 건강하게 키우고 거둔 수확물을 판매하거나 나누는 소쿠리장은 교육적 효과를 위해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개울(정릉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개울장 흥행의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울에서 매 회 기발한 챔피언 전이 펼쳐지는 개울놀이터. 기 챔피언은 다음 장에 나와 새로운 도전자들과 놀이를 즐기는 정릉 개울장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시장구경 왔다가 캠핑까지 즐기도록 한 개울섬 캠핑장, 개울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꾸민 개울 도서관, 다리 밑 시원한 그늘에서 개울소리를 들으며 공연을 즐기는 미태극장도 있다. 한 때 염색공장이 있었던 정릉시장의 과거를 재현한 천연염색터도 개울 옆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입지 않는 옷가지들을 가지고 나와 천연염색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콜라보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상인들은 시장에 난입한(?) 청년들을 탐탁지 않았고 청년들은 상인들을 고루하다고 여겼다. 시장을 살려보겠다고 개최한 회의는 수시로 삐걱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시장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청년들에게 간식거리 등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청년들은 상인들의 고충을 듣고 “배달장”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조금씩 배려를 하다 보니 소위 ‘쿵짝’이 맞아들기 시작하고 그런 분위기가 개울장의 대박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 상인은 “예전에는 대형마트 때문에 시장에서 손님을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지금은 손님을 구경할 틈도 없이 바빠서 즐겁다”는 한 상인은 “개울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손님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전통시장으로 미래를 찾아 온 젊은이들이 있어 해볼만 하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개울장의 청년 상인은 “시장에서 장사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난감할 때가 많았는데 이럴 때마다 몇 십 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선배들을 찾아가 상의를 하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장은 또 하나의 대학과 같다”고 했다.

정릉시장의 이러한 시도와 성공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직접 방문해 독려에 나섰다. 지난 17일 정릉시장을 전격 방문한 박 시장은 개울장을 직접 돌아보며 “상인과 주민의 지혜에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더해 차별화된 문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정릉시장에서 전통시장의 미래를 보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성북구는 생산시설이 없지만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지역경제를 살리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상인과 주민, 시민단체와 대학이 하나가 되어 전통시장을 살리고 청년들의 창업의 현장이 되고 있는 사례를 다른 전통시장으로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