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측, 기부금 사용처 조사 소식에 "개탄스러운 일"

2015-08-20     권혁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몽준(64) FIFA 명예부회장의 과거 기부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 명예부회장측이 FIFA의 행위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 명예부회장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티 및 파키스탄 재난 구호 성금에 대해 조사한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순수한 인도적 지원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FIFA의 비윤리적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정 명예부회장측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과 해외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면서 "해외 성금의 경우 아이티와 파키스탄 지원 외에도 1999년 터키 지진 복구 성금을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복구 성금, 중국 지진 복구 성금, 미얀마 태풍 피해 복구 성금 등을 개인적으로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블룸버그 통신은 FIFA 윤리위원회가 2010년 정 명예부회장의 기부금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사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청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FIFA 윤리위원회는 2010년 정 명예부회장으로부터 파키스탄과 아이티로 넘어간 돈의 흐름을 주목하고 있다.

정 명예부회장은 파키스탄 홍수 당시 40만 달러(약 4억7400만원)를 쾌척했다.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에도 50만 달러(약 5억 9200만원)를 내놨다. 축구발전 기금의 일환이었다. 이 금액들이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가 관건이다.

기부금으로 축구장을 건설하려 했던 파키스탄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제자리걸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티를 위해 내놓은 50만 달러는 일부만이 아이티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여러 정황을 조합해 볼 때 FIFA의 움직임은 정 명예부회장의 잘못을 들추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다만 최근 FIFA 회장 출마를 공식선언한 정 명예부회장이 제프 블래터(79·스위스)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 명예부회장의 약점을 찾기 위한 조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IFA는 기부금이 넘어간 시점이 FIFA 부회장 선거를 앞둔 때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해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