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호화 도피'…증권 시세조종 꾼, 집중검거반에 덜미
증권범죄합수단, 장기도피 시세조종 전문가 등 11명 검거
시세조종 '꾼'인 정모(33)씨는 2010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언더웨어 업체 쌍방울에 대한 '작업'에 착수했다. 같은 해 7~12월 총 823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에 나선 정씨는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유유히 도피에 나섰다.
총 11건의 수배를 받고 있던 정씨의 도피는 고급 호텔 숙식에 골프까지 곁들여진 '호화 도피'였다. 그러나 2년여 동안 이어진 정씨의 도피생활은 증권사범 집중검거반이 통화내역 분석과 실시간 위치추적에 나서면서 지난 4월 끝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지난 3월부터 증권사범 집중검거반을 편성·운영해 장기도피 중이던 시세조종 전문가 10명 등 금융·증권사범 총 11명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합수단은 이중 정씨를 포함한 10명을 구속기소했고 1명은 불구속 수사 중이다.
합수단은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동일인이 같은 수법으로 재범을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 도피사범에 대한 검거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검거반을 꾸렸다.
반장엔 금융·증권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합수단 소속 검사가 배정됐으며, 도주자 검거 경험이 풍부한 수사관들이 2개 팀으로 검거반에 편성됐다.
검거반은 주가조작사범 수배자 중 주범격에 해당하고 재범 가능성이 높은 실사주 및 경영진, 시세조종 전문가 등을 '1차 검거 대상자'로 우선 선정하고 집중 추적했다.
220억원대 유상증자 성공을 위해 시세조종에 나선 토자이홀딩스 실질사주 하모(47)씨 역시 지난 4월 검거반의 손에 붙잡혔다. 하씨는 2년여의 도피생활 동안 수개월 간격으로 대포폰을 바꿔가며 사용했으며, 자신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생의 신분증을 소지하고 동생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팀은 하씨를 검거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범의 불법수익 은닉을 확인해 45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외에도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회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글로스텍 실질사주 주모(43)씨를 포함해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던 시세조종 전문가와 실사주 등 주범급 사범들이 검거팀 손에 떨어졌다. 검거반이 운영되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자수한 사례도 있었다.
합수단은 "장기도피사범 검거로 '증권사범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한다'는 메시지를 자본시장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검거반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증권사범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