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구두로 수습기간 통보…근로계약상 효력 없어"

2015-07-09     나운채 기자

근로계약을 맺을 때 수습기간이 있다는 점을 말로만 설명한 경우 수습기간이 지나지 않았어도 수습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A사회복지법인이 "요양사 B씨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습기간은 본계약 체결 전에 근로자에게 담당 업무 수행 능력이 있는지를 사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습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습기간, 본계약 체결 여부 등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A사회복지법인은 요양사 B씨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 말로만 수습기간이 있음을 고지했다"며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계약서엔 수습기간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구두로 수습기간이 있다고 공지했더라도 본계약 체결 여부가 결정되는 점 등에 관해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B씨는 수습기간 중인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징계 처분에 있어 의견 진술 기회를 주는 등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판시했다.

B씨는 지난 2013년 10월 A사회복지법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A사회복지법은 3개월 뒤인 지난해 1월 평가위원 5명을 선정해 B씨에 대한 직무평가를 실시했다.

직무평가 실시 결과 B씨의 업무 수행 능력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자 A사회복지법인은 3개월 뒤 B씨에 대한 직무평가를 다시 실시했다. 2차 직무평가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자 A사회복지법인은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지난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사회복지법인은 B씨가 수습기간이 아님에도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소명 기회를 주지 않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된다"고 판단,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불복한 A사회복지법인은 "B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구두로 수습기간이 있음을 고지했다"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