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엘리엇 전쟁]엘리엇 삼성물산 다툼…소버린 사태와 비교하면

2015-06-10     심동준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지분을 둘러싼 갈등을 두고 소버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버린 사태는 지난 2003년 미국계 소버린 자산운용이 보유 지분을 바탕으로 SK의 경영권을 흔든 뒤 2005년 9459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떠난 일을 말한다.

당시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 뒤 크레스트증권의 5개 자회사로 주식을 나눠 맡겼다.

보유 지분을 나눠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합계는 3% , 각 일반 주주는 3% 지분율 규정을 준수하면서 의결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어 소버린은 보유 SK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전부를 행사하며 경영 투명성 제고 목적으로 경영진 교체와 집중투표제 도입,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SK는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약 1조원 규모의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나서야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물론 이번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의 행보는 소버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당시 소버린은 지분을 충분하게 확보한 상황에서 단기 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했다.

하지만 엘리엇은 보유 삼성물산 지분이 7.12%에 불과하다. 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경영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전일(9일) 서울중앙지법에 7월17일 열릴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 주주총회 결의 금지 등에 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나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엘리엇도 삼성물산의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문제 삼으며 주주이익을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KDB대우증권 서윤석 연구원은 "소버린은 단기적으로 시세 차익을 얻었고 이번 엘리엇은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현시점에서 보이는 차이"라며 "하지만 엘리엇이 주주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들고 나왔지만 장기적으로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엘리엇의 손을 들고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