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쁜 딸을 죽이다니"…시멘트 암매장 어머니 '오열'

2015-05-19     김희준 기자

 "네가 사람이냐. 우리 공주를, 예쁜 딸을…. 살아있는 한 절대 용서 못한다."

19일 새벽 관악경찰서 로비. A씨의 오열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경찰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안타까움에 고개만 떨굴 뿐이었다.

A씨는 이별을 통보했다가 지난 2일 함께 살던 연인에게 살해당한 B(26)씨의 어머니였다.

갑작스런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A씨는 지난 18일 저녁 전남 장성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곧바로 경찰서로 향한 A씨는 밤새 로비에서 오열했다.

A씨는 피의자 이모(25)씨의 이름을 외치면서 "내가 살아있는 한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 네가 법 앞에 심판을 자격이 있느냐"며 "네가 사람이냐"며 엉엉 울었다.

한동안 진정되는 듯 싶다가 다시 오열하기 시작한 A씨는 "이렇게 예쁘던 딸인데, 어제 (시신을) 보니 얼굴이 다 상했다"고 통곡하면서 경찰들에게 딸의 사진을 보여줬다.

A씨는 "이씨가 딸인척 하면서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B씨의 남동생은 오열하는 A씨 옆에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지난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이별을 통보한 B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일 B씨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렌터카를 이용, 충북 제천군의 한 야산으로 옮긴 뒤 깊이 1m 정도의 구덩이를 파고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신을 암매장한 이씨는 16일 부산으로 가 한 호텔에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하고 112에 신고, 오후 5시20분께 출동한 경찰에 자수했다.

이씨는 19일 자정께 서울로 이동해 한 병원에서 오전 4시께 긴급 수술을 받았다. 왼 손목 동맥 1개와 힘줄 3개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은 이씨는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수술을 마친 이씨는 이날 오전 7시18분께 관악경찰서에 도착, 유치장에 입감됐다.

경찰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전신마취를 한 채 수술을 받은 이씨가 마취에서 완전히 깨면 이날 오후부터 피해자와 관계, 범행동기, 범행 후 행적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늦어도 20일 오전까지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며 "피의자가 자수하기 이전에 피해자에 대한 가출 및 실종신고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8일 오후 10시께 충북 제천경찰서로부터 피해자의 시신을 인수받아 관악구 소재 장례식장에 안치한 후 검안의 및 검사 입회 하에 검시를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의 부패가 일부 진행된 상태라 육안으로 목이 졸린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야할 것 같다"며 "19일 오전 부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는대로 부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