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개와 고양이, 동물병원 40년"…윤신근 박사 소회
임상 현장은 언제나 새롭다. 신장, 심장, 이빨, 눈, 고환, 피부, 종양, 관절, 기관지, 슬개골, 자궁, 요로…. 노령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진료 영역도 확대일로다.
서울 충무로역 필자의 동물병원 진료항목 중에는 수가가 파격적인 것들이 많다. 종합백신 5000원이 대표적이다. 여느 동물병원의 3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체 조제와 투약, 외과수술 경력 덕분에 가능한 치료비이므로 비용을 올려받을 생각은 없다. 구충제와 심장사상충약 등도 헐값에 가깝게 공급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수술도 아주 저렴하게 서비스한다. 불요불급한 각종 검사, 입원치료는 권하지 않는다. 가정 상비용으로 감기약, 위장약, 안약, 피부연고 등을 권한다.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경미한 질환으로 치료비 부담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88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우리나라의 개 사육풍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자 애견도 문화가 됐다. 누렁이, 발발이 쯤이 전부이다시피하던 견종을 세분화, 다양한 개 종자명을 알렸다. 자비를 들여 어린이대공원에서 애완동물사진촬영대회를 매년 열었다. TV 3사의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 반려동물의 가치를 전했다. 온갖 매체에 동물사랑 글을 썼다. 개 기르는 법, 개 지식 백과사전을 펴냈다. 개를 사랑하는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사연을 널리 퍼뜨렸다. '개를 무서워하는 수의사' 등의 에세이집을 통해서다.
코로나바이러스, 케널코프 따위 질환의 심각성을 외쳤다. 종합예방접종(DHPPL) 한 방이면 그만이던 관행이 어느덧 교정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심장사상충의 위험도 공론화했다.
해외토픽란에 실린 외국의 불쌍한 떠돌이개 소식을 접하고 대만으로 날아간 것이 벌써 21년 전이다. 보신탕용으로 가져간다고 의심하는 현지 동물보호소를 설득하고, 더러운 개라 탑승이 거부되자 공항 화장실에서 씻겨 우리나라로 데려왔다. 이 타이완 똥개 1마리는 한국사회가 유기견 문제에 눈길을 주게 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댕견), 불개, 제주개 등 한국의 개들과도 인연을 맺어왔다. 북의 풍산개 연구서까지 냈다. 이 책은 과거 정부를 통해 북측 권력자에게도 전달됐다. 1000년 전에 사라진 개도 복제해낸다. 산불이 났는데 술에 취한 주인은 산기슭에 곯아 떨어졌다. 발을 동동 구르던 개는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저는 죽었다. 오수개의 전설이다. 오수개 육종위원장이 필자다.
오랜 임상에서 비롯된 술기와 하모닉 제너레이터300·엔실 RF60·서지트론4.0 등 의료기기 활용으로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극소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절개부위 최소화란 곧 회복기간 가속으로 이어진다. 자다가도 깨어나 메모하고, 허공에 대고 수술 연습을 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수술을 한다. 조제실에서 동물약을 지을 때는 하나님에게 기도한다. 내 손길을 거친 모든 동물들이 완쾌되고, 약을 먹는대로 회복되기를….
올해로 동물 치료 40년을 맞이한 감상이다. 02-2274-8558
윤신근박사애견종합병원 원장 www.dog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