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피킹 인 텅스', 1인 多역의 매력

2015-04-02     이재훈 기자

같은 배우가 한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연극이 인간 관계를 다룰 때 사용하는 장치 중 하나다. 앞서 '프라이드'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그랬다.

호주 유명 극작가 앤드류 보벨의 작품으로 한국 초연을 앞둔 연극 '스피킹 인 텅스(Speaking in Tongues)'도 마찬가지다. 배우 4명이 연기하는 등장인물 9명은 총 3막에 걸쳐 교묘하게 이어지고 만난다. 1막에서 네 인물이 겪은 사건이 2막, 3막의 다른 인물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스피킹 인 텅스'의 김동연 연출은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등장인물들이 이해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장치"라고 밝혔다.

"인물들마다 처해진 상황이 다르다. 한 사람마다 느끼는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는 원인이 다 다르다. 그런데 한 배우가 한 공간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관객들이 캐릭터를 일반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그 내면에 들어가는 효과가 있다."

'스피킹 인 텅스'에서 '제인'과 '사라', 1인2역을 연기하는 김지현은 '프라이드'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배우의 입장에서 한 작품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점을 말했다. "배우의 강한 부분과 여린 부분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숙제이자 재미"라고 눈을 빛냈다.

1996년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SBW 스테이블스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듬해 호주작가협회상 공연부문을 받았다. 이후 2001년 보벨이 직접 희곡을 시나리오로 각색, 영화 '란타나'로 옮겨져 미국, 유럽에서도 개봉했다. 2001년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그래머시극장 , 2001년 영국 웨스트엔드 햄스터드극장에서 현지 초연하는 등 영미권에선 친숙한 작품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결혼을 했지만 배우자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색다른 자극을 원하는 원하는 부부, 늘 자유로운 사랑을 원하며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여자, 사랑에 집착한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남자 등 표면적으로는 정상이나 그 안에는 결핍으로 가득찬 군상을 그린다.

김 연출은 이번 한국 공연의 부제로 '잃어버진 자들의 독백'을 붙였다.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 즉 소통의 부재를 다룬다. 말을 했는데 대답이 돌아오지 않고 각자가 외로운 상황이다. 극은 독특한 형식이다. 기승전결로 가는 게 아니라 나중에 퍼즐로 맞춰진다."

그런 모습들이 실제 세상과 닮았다고 여겼다. "어떤 사건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그 사건이 다른 데로 가서 또 다른 이야기를 낳고 또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발전되는 거다."

작품의 형식이 어려워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자기 안에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겼다. "행복하게 끝난다고 말씀은 못 드린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의미나 잃어버린 것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극 제목은 방언(方言)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지역 사투리의 그 방언이 아니다.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 성령에 힘입어 자신과 주변 사람들도 못 알아 듣는 언어다. 김 연출은 "사투리가 아닌 종교적 단어"라면서 "기도를 하고 있음에도 어떤 의미인지 본인이 잘 모르는 말이다. 남들도 그 말을 모른다. 그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외 이승준, 강필석, 김종구, 정문성, 전익령, 강지원, 정운선 등 연극, 뮤지컬을 기반으로 TV와 영화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총 8명이 나온다. 배역마다 더블 캐스팅이다. 5월1일부터 7월16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러닝타임 120분. 5만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