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초저출산에도 느긋한 정부…"뒤늦은 대책, 때 놓칠라"

2015-02-06     김지은 기자

저출산과 인구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범 정부적 논의 자리가 박근혜 정부 임기 3년차에 가까스로 열렸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진을 정돈하느라 논의가 연기됐다지만 악화되는 인구위기 속도에 비해 정부의 문제의식은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제4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주재해 지난 10년간의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을 평가하고, 향후 5년 동안 적용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방향을 보고받았다.

이 정책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수립되는 5개년의 중장기 계획으로 현재 2차계획(2011∼2015)이 진행중이다. 3차 계획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내 수립이 불가피하다.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더는 늦출 수 없을 때까지 연기하다 회의를 연 셈이다.

당초 정부는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고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논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3차 계획기간 동안 한국 인구 구조는 요동친다. 저출산 여파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 수는 내년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어 감소하고 2018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총인구 대비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여기에 베이비부머가 노인세대로 진입함에 따라 2020년에는 부양 부담이 낮은 '인구 보너스(bonus)' 시대를 마감하고,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며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부담)' 시대로 접어든다. 3차 기본계획 기간이 인구위기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미래사회 위험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4~206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3.6%로 예측되는 실질 성장률이 점차 하향 곡선을 그려 2060년에는 0.8%로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뿐 아니라 수요구조에 있어서 수출과 국내수요간 불균형, 노동수급 격차 확대, 재정수지 적자 심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인구 감소가 일단 시작되면 그 파급효과는 장기적이고 누적적으로 작용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초저출산·초고령사회 위험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에 따라 입영인구도 2022년부터 부족해질 전망이다.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할 경우 입영인구 부족은 더욱 가중될 예상이다. 입영인구 부족은 군 간부 증가와 첨단 무기 체제 도입 등 질적 군 구조로의 개혁으로 국방비를 증가시켜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따라 어려워질 정부재정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에도 정부의 타임 테이블은 더디다.

3월 핵심과제를 선정한 후 최종 기본계획은 9월에나 내놓겠다고 한다. 신혼부부 주거부담 경감, 육아휴직 활성화 등 기본 방향은 잡았지만 구체적인 대상과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탓이다. 다시 말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에 지원 대책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목표 출산율을 1.4명으로 잡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 재정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늘리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미래 예측이 정밀하지 못하거나 의지가 빈약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답변이다.

정부의 느긋한 대처에 여론 수렴기간은 그만큼 짧아졌다. 기본계획 발표 후 시행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3개월이다. 물론 최종 계획은 전문가 자문과 공청회 등을 거쳐서 나오지만 최종 확정본에 반응하는 민심을 살피기에 결코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건강보험료 개편 번복 사태 등에서 보인 정부의 갈지자 행보를 보면 여론 악화에 따른 정책 혼선도 우려된다. 이번 기본방향을 봐도 신혼부부의 주택지원 강화는 적정선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세대와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해당 지역의 부동산 하락으로 주민들이 반발할 수 있다.

제도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오히려 정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이삼식 보사연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보육 등 필요조건은 갖췄으나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경제 체질 개선이 미흡했고 정책 간 균형적 발전이 부족했다"며 "이러한 한계로 투자 증대와 다양한 정책 실행에도 출산율 반등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인구성장과 경제성장간에 선순환 구조가 유지되고 있을 때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미 베이비부머가 쓰나미처럼 빠져나가고 있어 3차 기본계획 기간이 인구위기 대응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인구정책 시차가 25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정부의 대응이 굉장히 늦은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