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냄새'도 상표 시대…국내 법률시장, 상표권 분쟁 대비 '무방비'
한-미 FTA 발효로 '소리·냄새' 상표권 보호받아
'소리'와 '냄새'가 상표로 인정받는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영화제작 및 배급사 '메트로 골든윈 메이어'(MGM)의 상징인 사자 로고와 그 사자의 포효하는 소리를 함부로 가져가 사용했다가는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기 쉽다.
이와 관련,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제주에서 열린 제71회 변호사연수회에서 'FTA 이행과 관련된 최근 개정법률 및 법제도 소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소리와 냄새 관련 상표권 분쟁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 법률시장은 아직 이를 위한 법률적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 2011년 12월 개정 상표법에 '소리'와 '냄새'도 상표로 포함시켰다. 한미 FTA 제18.2조 제1항은 '어떠한 당사국도 상표를 구성하는 표지가 소리 또는 냄새라는 이유만으로 상표의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시각적인 요소만을 상표로 인정하고 보호받았던 것과 달리 한미 FTA 발효 이후에는 국내에서도 소리와 냄새가 상표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소리와 냄새 상표를 일찍부터 보호하고 있다. 지난 2006년 3월 채택된 상표관련 국제협약인 '싱가포르 조약'(2009년 3월 발효)에서도 비시각적인 상표 보호를 인정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선 책에 씌워진 비닐을 벗기면 특유의 향기가 나는 책들이 있는데, 그 향기가 해당 잡지사나 출판사의 냄새 상표로 인정되고 있다. 미 토너 전문 기업 세이어스에서 출시한 레이저 프린터 토너의 '레몬향'도 대표적인 냄새 상표에 해당한다.
미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사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이 자사의 오토바이 배기음을 소리 상표로 등록하려다 동종업체들의 반발로 실패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일본의 한 기업이 '이 냄새상표는 첨부된 냄새견본과 같이 고농축 살리실산메틸과 멘톨의 혼합물에 의한 민트향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 냄새상표를 등록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소리'와 '냄새'에까지 상표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생소해 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물에 닿을 때, 물을 휘저을 때, 물에서 뗄 때의 소리'를 연속해 조합한 효과음을 소리상표로 등록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LG전자도 한미 FTA 발효 직후 자사의 '효과음'을 소리상표로 등록했다.
이 교수는 "한미 FTA 발효 후 상표법으로 보호받은 냄새와 소리 등 '비전형 상표'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그러나 상표권에 대한 법률적인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외국기업으로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리거나 권리를 빼앗길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