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발자국·발걸음까지… '경찰청, 치안과학기술 연구개발 추진
지문·발자국 감식장비 등 4개 분야 연구개발사업
#1 지난해 3월 K건설업체 경모(59) 사장이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사무실 앞에서 수차례 흉기에 찔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수사 초기 현장 인근에 있었던 CC(폐쇄회로)TV 영상이 전부였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상태라 난감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신장계측,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걸음걸이 분석 등 과학기술을 동원해 범인을 특정 지었다.
#2 2004년 5월부터 7차례에 걸쳐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방화와 절도 행각을 벌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는 지문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미제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경찰은 2007년 새로운 지문감식 기법을 이용해 피해자의 입을 막을 때 사용한 스카치테이프에서 조각 지문을 발견, 5년 만에 서모(26)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
최근 과학수사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이 올해부터 치안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경찰청은 올해 치안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22억(향후 5년간 179.5억원)을 확보, 눈에 보이지 않는 지문이나 발자국을 채취하는 감식장비, CC(폐쇄회로)TV녹화 영상에서 보행패턴을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 하는 분석기법 등 4개 분야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개발은 복면을 착용해 CCTV에 얼굴이 확인되지 않거나, 범행 후 현장에 남은 지문을 훼손하는 등 나날이 지능화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경찰청은 이번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경찰의 범죄수사·예방 및 질서유지 역량을 개선해 범죄와 무질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우리나라의 최첨단 과학수사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개발 사업으로 개발한 최첨단 치안과학기술·장비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내에서 사용 중인 고가의 외국장비를 국산장비로 대체하는 경제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효과적인 연구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내달 2일까지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를 사업단장으로 선발해 사업진행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단장은 향후 3년간 경찰청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