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영남·강남 90% 물갈이론에 의원들 '발끈'

2012-01-04     송준길 기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공천시스템 문건이 유출되면서 '영남·강남 90% 물갈이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의원들은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내놨다.

당내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경남 통영·고성의 이군현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쇄신론에는 동의하지만 정치를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천은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거나, 의원 눈높이에 맞춰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천이 비대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무리한 인위적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당선이 얼마나 되느냐이고, 경쟁률 있는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울산 남구을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은 "국회의원은 물이 아닌데 왜 물갈이라는 용어를 쓰는 지 모르겠다"며 "여의도연구소 문건이 공식 루트로 나온 것도 아니고, 여연이 공천룰을 정하는 것도 아니니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기장을이 지역구인 안경률 의원 역시 "일단 좀 더 보자"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 송파갑이 지역구인 박영아 의원은 "특정지역이나 특정 연령에 대한 정량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무조건 (룰을) 만들어놓고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특히 한나라당 지지율보다 지역구 의원의 지지율이 5%포인트 이상 낮을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는 '5%룰'에 대해 "특정지역. 특정선수 등에 대해 정량적인 기준의 틀을 만드는 것은 구시대적"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서초을이 지역구인 고승덕 의원은 '5%룰'과 관련,"뜬구름 잡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코멘트나 입장표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어
"정식으로 듣은 바가 없다"며 "확정되기 전에 일개 의원이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비대위가 안을 만들어 의총에서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되면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남 의원들은 다 떨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좀 다르다. 강북 강남을 떠나 한나라당은 싫어도 고승덕은 찍겠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친박(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자발적 용퇴론'에 대해 "조금 있으면 박근혜 위원장에게도 용퇴하라고 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논리로 하면 한 사람도 남을 수 없다. 재선, 3선 한 사람은 죄다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5%룰'에 대해서는 "당 이름은 아는데 자기 지역 국회의원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 잣대와 논리는 맞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