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판사 "대법관 후보 추천, 대법관 구성 다양화 요구 수렴 못해" 비판

송승용판사 "초심으로 돌아가라"…법원 내부 통신망에 양 대법원장 비판글 올려, 대법관 후보 1인 제청 위해 법원 안팎 여론 광범위하게 재수렴 요구

2015-01-15     천정인 기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박상옥(사법연수원 11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 3인을 오는 2월 17일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한 것과 관련, 수도권 소재 법원의 현직 판사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결과"라는 글로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이 글은 현재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올려진 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판사는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을 향해 "이번 추천 결과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강조했던 2011년 취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인지 냉철한 자성과 반추가 필요하다"며 초심을 강조하면서 대법관 후보 제청을 위해 법원 안팎의 여론을 다시 수렴할 것을 요구해 주목된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송승용(40· 29기) 수원지방법원 판사는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열렸던 지난 14일 밤 11시가 넘어 코트넷에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의견'을 올렸다.

송 판사는 의견서에서 "저는 대법관후보추천위 규칙 제6조 제1항에 의거,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대법원장께 이 게시글을 출력한 서면으로 대법관의 제청에 관한 의견을 제출한다"며 "이번 추천 결과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법원 내외부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우리 사회공동체 내의 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인권, 노동, 환경 등 각종 사회적 갈등요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분이 대법원의 구성원이 되어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는 것을 뜻한다"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보호라고 하는 사법부의 역할 또는 사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송 판사는 이어 "추천 직전의 일부 경력을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근거로 삼는 것은 외형적, 표면적 다양화에 그치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실질적인 다양화로 볼 수는 없다"며 "대법원장께서 금번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행사하심에 있어, 추천위의 추천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다시 한 번 법원 내외부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취지가 가장 적극적, 우선적,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대법관 제청을 하실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송 판사는 또 "대법관 구성의 획일성, 편협성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판결에 대한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승복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수단이자 통로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판사는 특히 "현재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의 설치와 관련하여서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대법관 임명제청 이후의 문제 제기는 자칫하면 헌법상 보장된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고, 제청된 특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추천위와 대법원 측의 책임 소재에 관해 불필요한 내부 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으므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판사는 그러나 "제청 이전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은 법원 내외부와 소통도 강화하고, 대법관 추천 절차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극복하며, 대법관 제청 절차에서의 민주적 정당성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혹여 신 대법관의 퇴임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추천된 후보자 중 1인을 제청하고 다음번에 위와 같은 취지를 반영하자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송 판사는 아울러 "지난 2009년 신 대법관의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시절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 아닌가에 관하여 숱한 논란이 전개되었고, 법원 내부에서도 소장 판사들과 법원 노조까지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표명이 줄을 이었다"면서 "오히려 금번에 제청되는 대법관이 신 대법관의 후임이라는 점에서도 대법원은 제청에 있어서 발전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판사는 "국회는 지난해 11월 대법관 중 절반을 판사 이외의 법조인으로 임명하자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그 이유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실현하여 최고법원의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건전한 국민 법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대법원 인사혁신이 긴요하다고 밝히고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의 소속 회원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다수는 상고법원의 설치보다는 대법관의 증원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 내부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지 조차 바탕으로 하지 않는 법원 수뇌부의 일방적인 대법원의 정책법원화 추진만으로는 이 같은 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이에 따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대법원장께서는 2011년 취임사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그늘에 묻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은 사법부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번 추천위의 추천결과가 위와 같은 취임사의 내용에 부합하는 것인지 냉철한 자성과 반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송 판사는 글 말미에 시인 안도현씨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를 인용, "아래의 시에 나오는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이 그립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 판사는 지난 2012년에도 당시 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과 위장전입 등으로 '부적격' 논란의 중심의 선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코트넷에 올린 바 있다. 또 2011년에는 최은배 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되자 "납득할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대법관추천위는 지난 14일 신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강민구(14기) 창원지법원장, 박 원장, 한위수(12기)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