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보그룹 200억대 비자금…軍 상대 조직적 로비"
검찰이 200억원 이상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군 관사 공사 수주를 위해 조직적인 금품로비를 벌인 대보그룹 최등규(67) 회장 등 23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대보그룹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비자금 조성 및 군 공사 수주 금품로비 혐의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 회장 등 7명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대보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평가심의위원 권모(54)씨 등 13명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금품로비 가담 정도가 경미한 대보그룹 최모(57) 전 전무 등 3명은 약식 기소됐다.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심의위원 중 현역군인 4명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 수사 의뢰를 요청하고 관련 수사 자료를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보그룹 4개 계열사 자금 211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세 21억여원을 대납하거나 27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범처벌법 위반)를 받고 있다.
2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은 자료상과의 가공거래, 기존 업체와의 거래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식으로 조성돼 최 회장 일가의 은행 대출금 변제, 자료상 수수료, 개인 금고 보관 및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됐다.
최 회장은 또 2011년 1월 군 관사 공사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수주 청탁 명목으로 평가심의위원 6명에게 9500만원의 뇌물을 건네고 이를 위해 중간 브로커 2명에게 3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뇌물공여·제3자뇌물교부)도 받고 있다.
민간 평가심의위원 4명에게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뇌물공여의사표시), 2012년 10월 군 공사 사업자 선정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평가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전달할 목적으로 중간브로커 2명에게 4000만원을 건네고 지난해 4월에도 2명의 평가심의위원에게 2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보그룹은 군 공사 발주 직후 평가심의위원이 선정되기 전부터 후보군들에게 각종 선물이나 기프트 카드, 골프 접대 등 다양한 뇌물을 건네며 조직적인 로비를 펼쳤다.
평가심의위원이 결정된 이후에는 심의위원들의 배점 비중에 따라 각 1000만~3000만원의 금품이 전달됐으며, 평가 결과 대보그룹에 좋은 점수를 준 위원들에게는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금품이 추가로 건네졌다.
그 과정에서 대보그룹은 효과적인 로비 활동을 위해 군 장교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거나 또 다른 브로커를 활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10년 평가심의위원 선정 하루 전 육군 공병장교 출신의 장모(51·구속기소)씨를 영업이사로 영입하고, 전역 장교 출신 민모(62·구속기소)씨를 부사장으로 앉힌 뒤 이들을 곧바로 로비활동에 투입했다.
장 이사는 심의위원 5명 중 3명에게 1500만~2000만원을 건넸고, 이들은 모두 대보컨소시엄에 1위 점수를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 부사장은 심의위원들과 안면이 있는 장교와 군무원을 브로커로 활용해 뇌물을 전달하려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일부 브로커는 일종의 배달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보그룹과 공사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다른 업체 역시 평가위원 중 1명인 허모(53·구속기소) 교수에게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허 교수는 대보그룹과 경쟁업체 양쪽 모두로부터 각 2000만원, 총 4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군 공사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평가심의위원들의 평가 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위원들을 상대로 한 지속적인 로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위원들의 기술평가점수로 공사 수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에 대한 집중 로비가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현역 군인 신분의 위원일 경우 전역한 군 선배들의 집중 로비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군 공사 수주 과정에서 업체 간 가격 짬짜미 사실도 포착하고 조사 중이다.
또 검찰은 현실성 없는 국방부 규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훈령에서 심의위원들에 대한 로비를 막기 위해 업체 직원과 심의위원들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 참가 업체들과 심의위원들은 거리낌 없이 접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군 공사 비리의 경우 수사와 재판 관할이 이원화돼있고 보안과 비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구조적 비리를 밝히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며 "뇌물을 건네려 한 대보그룹 임원과 브로커, 뇌물을 받아 챙긴 평가심의위원 등 이들을 원칙적으로 재판에 넘겨 구조적 비리를 적발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역 군인 4명의 뇌물수수 금액인 60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인 2억500여만원의 범죄수익 전액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해 이를 환수 조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