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낭비 MBC연예대상, 사내방송 수준
"시청률에 상관없이 이러저러한 사람들을 다 챙기는 느낌이라 조금 지루했겠지만 예능인으로서 기분 좋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잔칫날이니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세 바퀴'와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MC 박미선(44)의 수상 소감이다.
29일 밤 10시부터 2시간반 동안 방송된 'MBC 방송연예대상'은 박미선의 말마따나 그들에게는 잔치, 시청자들에게는 고문이었다.
방송사 시상식에서 권위를 찾는 것 자체가 몰상식이 된 지 오래라지만, 도가 지나쳤다. 시상 부문을 쪼개고 또 쪼갰고 인기상, 특별상 등에서는 무더기 수상이 이어졌다. 시상-수상-소감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고루했다.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풀 수 있을 만한 장치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가수 김범수(32)의 특별무대와 개그우먼들의 영화 '써니' 군무 코믹 버전 외에는 임팩트가 없었다.
진행은 매끄럽지 못했다. 1부에 시상자로 나온 MC 유재석(39)과 패션모델 장윤주(31)가 엉뚱한 자리에 선 것은 차라리 애교다. '나도 가수다'팀이 축하공연을 할 때 음향이 멎는 사고가 나고, 대본이 적힌 화면이 여러 번 잡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사회를 볼 수 있는 실력에 순발력과 재치가 더해져야 하는 생방송 MC로서의 가수 윤종신(42)과 탤런트 박하선(24)은 기대이하였다. 시상식을 주도하지 못한 채 순서에 끌려 다녔다. 시간 안배능력도 부족해 본상을 주는 2부에서는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준비된 코너들은 서둘러 마쳐야 했고, 수상자 발표와 수상 소감은 건조해지고 말았다.
2001년 제정된 이 상은 퍼주기 논란과 공정성 시비를 달고 살았다. 한 해 동안 MBC를 위해 수고해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는 취지를 감출 수 있는 것은 흥미다. 권위도, 재미도 없는 시상식 방송은 곧 전파낭비다. 지상파 채널이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