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 속 노인 무임승차제…"사회적 합의 통한 개선필요"

2014-11-21     임종명 기자

"도시철도공사의 적자가 눈덩이 처럼 쌓여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현행 무임승차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지하철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노인 무임승차제도에 대한 존폐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노인의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야한다는 내용의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의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노인복지법 제26조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1980년 5월 첫 시행 당시에는 70세 이상 노인에 50% 할인해주는 내용이었다.

이후 1982년 2월 65세 이상 노인으로 대상연령이 낮아졌으며 1984년 6월에는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구간에 대해 100% 할인(무임승차)해주는 것으로 확대됐다.

1991년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지하철 5~8호선을 대상으로 무임승차를 시행했으며 1997년 8월에는 서울 뿐 아니라 인천, 의정부 및 안산구간을 포함한 수도권 전철경로 전체로 무임승차 범위를 넓혔다.

전국 도시철도공사의 수송실적을 살펴보면 2012년 한 해 동안의 전체승차인원은 24억1000만 명이다. 이중 무임승차인원은 전체의 14.6%인 3억5320만 명이다.

이중 노인 무임승차는 2억6848만 명(76.0%), 장애인 7900여 명(22.4%), 국가유공자 570여 명(1.6%)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인천메트로, 코레일 등이 운행하는 전철의 노인 무임승차가 절반을 넘는 55.6%에 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금은 2012년 2672억 원, 지난해 2792억 원에 달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이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함으로써 그만큼 재정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무임승차 손실금은 전체 순손실액 4172억 원의 67% 규모였다.

아울러 서울은 2000년 노령인구 전체 인구 대비 7% 수준에서 2013년 기준 11%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나아가 2018년에는 18%, 2026년 20%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대 간의 갈등 양상도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노인 무임승차를 주제로 65세 이상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는 현행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6.1%를 차지했다. 제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5.3%, 기타의견은 8.6%였다.

반면 65세 미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현행을 유지해야한다는 의견이 33.0%로 줄었으며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를 둬야한다' 37.3%, '기준연령 높여야한다' 23.2%, 기준연령 하향 5.8% 등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로 서울시 등 지하철을 운영 중인 각 지자체들은 정부 재정으로 무임승차 비용을 보전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구세주 부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요금은 소득 증가 추세 및 수익자 부담에 따라 일부 인상의 여지가 있다"며 "해당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요금 적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경우 노인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할인 또는 무임승차를 허용한다"며 "출퇴근 시간에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노인은 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 일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이나 소득이나 시간대에 따라 차등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어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상향 조정이 어려울 경우 연령대를 분류해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구 연구위원은 "무임승차제도는 소외될 수 있는 취약계층에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 사회생활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국민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기본 생활을 향상시켜 사회를 통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무임승차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계층이나 지역 사람들이 교통복지에 취약한지, 최소한의 이동권 보장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대중교통 이용자, 대중교통 서비스 공급자, 지자체, 중앙정부, 노인 등 여러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통한 단계적인 준비와 해결책을 마련해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