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환경미화원 채용 시험장…바늘구멍보다 좁은 문
7명 선발에 63명 지원, 대부분이 30·40대 취업난 반영
"환경미화원 되는 길이 멀고도 험하네요. 단 1초라도 빨리 도착선을 통과해야 되는데…."
제법 쌀쌀한 찬바람이 겨울의 문턱을 알린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환경미화원 공개 채용 실기 시험장인 안양천 신정교 축구장에는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시험 순서를 기다리는 지원자들로 북적였다.
영등포구의 이번 환경미화원 시험은 서울 시내 자치구 가운데 올 하반기 실시되는 첫 채용이다. 올 말까지 2곳에서 추가로 모집을 하지만 이번 텀을 놓치면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탓에 지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날 지원자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찢거나,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등 간단한 스트레칭동작을 반복하며 제각각 몸을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추운 날씨 속에 긴장한 탓인지 일부 지원자들이 몸을 풀 때마다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가 연신 나기도 했지만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몸부림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준비운동까지 마친 응시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듯 다시 한 번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이날 지원자들은 남자는 30㎏, 여자는 20㎏ 모래 자루를 짊어지고 50m를 왕복해야했다.
한눈팔 겨를도 없이 긴장한 얼굴로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응시자들은 시험 감독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힘껏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달렸지만 야속한 초시계는 속절없이 흘러갔다.
출발선을 지나자마자 팔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이내 모래 자루를 놓치거나 도착선을 바로 눈앞에 두고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지원자들이 나왔다. 그때마다 시험장 곳곳에서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
간신히 도착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래 자루를 내팽개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사래를 쳤다.
유일한 40대 여성 지원자는 단 한번도 비틀거리지 않고 위풍당당하게 도착선을 통과해 다른 지원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7명을 선발하는 이번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시험에는 모두 63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지원자의 절반 이상이 30~40대로 청·장년층의 취업난을 실감케 했다.
지원자들은 선망 받는 직업 중의 하나인 환경미화원의 가장 큰 매력으로 '평생직장'을 꼽았다.
4번째 도전에 나선 이우형(34)씨는 "사업을 하다 실패한 이후 계속 환경미화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며 "취업하기가 무척 힘들고, 무엇보다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합격할 때까지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도전에 나선 황정오(47)씨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한 걸 보니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고, 취업난이 정말 심각한 것 같다"며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때는 기피업종에서 재수며 삼수가 기본이 된 환경미화원 시험. 경기 침체와 취업난 속에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꿈꾸는 지원자들은 이날 바늘구멍보다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