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참고서 잇단 저작권 분쟁…법원 판단은

2014-11-18     홍세희 기자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의 현대판 번역본이나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수록된 도표에는 저작권이 있을까?

법원에 따르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의 번역본은 저작권이 있고, 도표에는 저작권이 없다.

최근 교과서나 참고서를 발행하는 출판사 간 저작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출판사는 각자가 발행하는 교과서나 참고서에 수록된 지문이나 삽화, 도표, 사진 등이 타 출판사 참고서 등에 무단으로 재수록 됐다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법원은 이 같은 소송에서 판결을 선고하며 저작권법 상 보호되는 저작권의 판단기준으로 ‘창작성’을 제시했다. 또 번역·편집저작물에도 저작권이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금성출판사와 창비가 자사 출판물의 저작자들과 함께 서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각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린 지문, 삽화, 사진 등은 저작재산권이 있다.

따라서 다른 출판사가 이를 몰래 가져다가 재수록해 출판하는 행위는 저작자들의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법원은 번역·편집 저작물도 저작권이 있다고 봤다.

법원에 따르면 박모씨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번역하고 편집해 ‘창비’의 참고서에 수록했다.

그러나 금성출판사가 또 다른 참고서에 박씨의 번역본을 가져다 쓰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금성출판사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의 저작권은 원작자인 다산 정약용에게 있다”며 “박씨의 저작물의 내용 중 일부를 재수록 했다고 해도 박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의 저작물은 정약용이 아내와 자식, 그리고 제자들에게 한문으로 보낸 편지들을 모두 모아 이를 번역하고 편집해 완성한 것”이라며 “이는 저작권법에 따른 번역·편집저작물에 해당하므로 번역 및 편집자인 박씨에게도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교과서에 수록된 ‘도표’는 저작권법에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며 “교과서에 수록된 도표는 일반인들도 흔히 사용하는 사무용프로그램 등을 통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점, 이 같은 표현에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저작권법에서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