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댓글' 연제욱·옥도경 前 사령관 불구속 기소

정치댓글 1만2800여건 확인…8월 최종수사보다 2배가량 늘어

2014-11-04     김훈기 기자

국방부 검찰단은 연제욱(육군소장), 옥도경(육군준장) 前 국군사이버사령관과 박모 심리전단장을 정치관여로, 심리전단 소속 정모(4급 군무원)씨를 정치관여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8월19일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건을 배당하고, 검찰단 가용 수사 인력을 모두 활용, 약 2개월간 前 사령관들을 포함한 130여명의 관련자들을 소환 수사했다.

또한 수사기간 중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이를 참고,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소속 부대원들이 작성했던 78만여 건의 댓글들을 모두 재분석해 총 1만2800여건(연제욱 사령관 7500여건, 옥도경 사령관 5300여건)이 정치적 댓글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지난 8월 국방부 조사본부의 최종 수사결과때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조사본부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는 사이버사가 창설된 2010년 1월부터 2013년 10월15일까지 인터넷에 28만6000여건을 게시했고 이 중 정치 관련 글은 1만5000여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언급하며 옹호하거나 비판한 글은 2100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최종 수사 결과때는 인터넷에 게시된 글의 규모가 78만7200여 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정치관련 글이나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한 글도 7100여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었다.

검찰단 관계자는 "지난번 수사 때보다 정치댓글이 늘어났다. 한미 FTA 반대자 비판 박원순 시장 비판, 임수경 의원 비판, 햇볕정책 비판, 종북 논란 의원 비판 등 기존 댓글과 큰 차이 없다. 다만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관여가 문제된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은 북한과 국외 적대세력의 대남 사이버심리전에 대응하고, 국방 및 안보 정책을 홍보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조사 결과 심리전단은 사이버상에 게시된 기사들을 검색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이모 前 심리전단장에게 보고했다. 심리전단장이 그 중 대응할 기사를 선별한 후 대응논리와 대응지침을 시달하고 이에 따라 소속 부대원들이 인터넷 사이트 및 SNS 등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작전이 진행됐다.

이와 같은 작전 수행 과정에서 연제욱, 옥도경 사령관들은 매일 이모 前 심리전단장으로부터 대응할 기사와 대응방안 등을 보고 받은 후 이를 승인했다. 박모 現 심리전단장은 작전 총괄 담당자로서 대응작전을 부대원들에게 전파하는 등 정치관여 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현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이 댓글작업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에게 정치댓글 작성 등이 보고됐는지 여러번 확인했지만 그런 진술이나 단서가 없어서 수사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까지도 김 전 장관이 정치댓글 작업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국방부 검찰단의 눈치보기식 해명은 외려 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한편 수사개시 직후인 지난해 10월 중순 이모 前 심리전단장은 수사에 필요한 주요 증거들을 인멸했다. 당시 심리전단 지원업무를 총괄하던 4급 정모씨가 증거인멸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작전보안 명목으로 개정한 작전예규의 개정 일자를 허위로 소급 기재한 사실도 밝혀졌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에 착수하자 사이버사 요원들은 IP주소를 초기화하고 요원 노트북을 포맷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포맷 프로그램을 몇 번씩 돌려서 여러 차례 복원을 시도했지만 복구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댓글의 대부분인 트위터 글은 지워지지 않은 채 빅 데이터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이를 분석해 1만2800여건의 댓글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검찰단은 당시 사이버사령관으로서 대응할 기사와 대응방안을 보고 받은 후 이를 승인한 연제욱, 옥도경 및 당시 작전 총괄담당자로서 댓글 작전을 주도했던 박모 現 심리전단장을 정치관여의 공동정범으로 4일 불구속 기소했다. 정모씨는 정치관여와 함께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심리전단 요원 19명은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군 조직에서 상관의 직무상 지시에 의한 행위임을 참작해 불기소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이모 前 심리전단장에 대해서는 동부지검과 협조해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이다.

국방부 검찰단이 연제욱, 옥도경 전 사령관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군사법원 몫으로 남게 됐다. 이들은 댓글이 정치관여인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말 두 사람이 전역할 예정이어서 재판 관할이 군사법원에서 민간법원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검찰단이 밝힌 사이버사 요원들의 정치관여 댓글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한미FTA를 기다려왔다. 한미FTA가 수출증대와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제 시스템의 선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주제를 몰라도 한참 몰라요. 북한은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광우병 걸린 소를 수입해서 인민들 건강을 망치고 있다 비난했다 한다. 지난 겨울에 황해도에서만 2만 명이 굶어죽은 주제에 별것 다 걱정하는데 인민들 밥이나 먹이고 말했슴좋겠다"고 한 사례도 있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는 "천안함의 일을 아직도..의혹이라고.. 북한의 대변인처럼 이야기 하는 언론이 있습니다.. 이런 언론을. 그냥 받아 들여야 할까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