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김영욱·피아노 김다솔 '이성&감성' 협연
만 스물다섯살 동갑내기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과 피아니스트 김다솔이 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센스 & 센서빌리티(Sense & Sensibility)'라는 타이틀로 합동공연한다.
지난해 3월 세종 체임버홀 공연 이후 2년8개월만이다. 독일을 기반으로 해외에 머무는 두 사람이라 서울에서 합동공연을 지켜보는 건 드문 기회다.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카페에서 만난 김영욱은 "다솔이와 정식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많이 연주를 함께 한 느낌이 든다"고 웃었다.
김영욱과 김다솔이 알고 지낸 지는 약 8년이 됐다. 두 사람 모두 부산 출신인데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를 같이 다녔다. 김다솔이 유학을 가는 바람에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김영욱이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한 김다솔과 다시 만났고 약 3년 전 '절친'으로 발전했다.
이번 연주회도 독일에서 구상했고 현지에서 연습했다. 지난달 27일 김영욱이 먼저 입국했고 김다솔은 이날 한국에 들어온다.
"처음 다솔이와 협연할 당시 제가 정신이 없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다솔이가 옆에 있어서 든든하게 의지할 수 있었죠. 평소 음악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연주할 때 제 스타일을 잘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제 연주에 다솔이가 맞춰줘요. 리허설 때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거죠. 물론 음악 외 연애 이야기도 하고요. 하하하."
김다솔에 대해 "음악을 생각하는 폭이 넓어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해서 오히려 맞추기 편하죠. 너무 섬세하죠"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아무 말도 없던데 만나면 물어보세요"라고 웃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영욱과 김다솔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다섯 개의 멜로디 Op. 35bis를 비롯해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장조 Op. 77,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사단조 L. 140,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 바단조 Op. 80를 연주한다.
"한편의 그림을 상상하시면서 곡들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로코피에프가 러시아 출신이지만 프렌치 영향을 많이 받았고 라벨과 드뷔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악가들이죠. 그러니 색채감이 풍부한 음악들이에요."
김영욱은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아왔다. 드뷔시와 라벨에 대해서는 "프렌치 음악하면 자부심이 강한 것 같아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김영욱이 독주자 최고과정에서 사사하고 있는) 크리스토프 포펜 선생님 덕분에 두려움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알렸다. 브람스 등 독일 작곡가에게 관심이 많았던 터라 독일로 유학을 갔다고 덧붙였다.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작곡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그것을 연습해 제 색깔로 관객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제가 연주했을 때 최소한 작곡가가 말하고자 하는 일부분이라도 관객들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제목과 같은 이번 공연의 타이틀이 겹쳐지는 대답이다. '센스 & 센서빌리티', 즉 이성과 감성의 조화다.
"원래 제가 너무 감성적이에요. 기본적으로 분석을 하고자 하지만, 연습 때도 느낀대로 연주하고자 하죠. 그래서 (몇몇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실내악 연주 기회가 좋아요. 노부스 콰르텟 멤버들과 다솔이에게 고맙죠."
김영욱은 최근 가장 잘 나가는 현악사중주단인 '노부스 콰르텟' 멤버다. 이 팀은 2012년 9월 세계적으로 실내악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 ARD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현악사중주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2월에는 대한민국 실내악 역사상 최초로 '제11회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죠. 더 잘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최근 젊은 실내악 팀들이 많이 생겨 같이 활동하니 든든한 부분도 생겼죠."
노부스 콰르텟은 김영욱을 비롯해 멤버들의 빼어난 외모로 클래식계 아이돌로 통하기도 한다. "겉모습으로 인해 저희 음악까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참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음악을 들으실 때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게 좋죠. 하하하. 저희는 실제 아이돌 같지 않아서 그런 말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어떠한 연주자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초심을 영원히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어요"라고 눈을 빛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영원했으면 좋겠죠. 악기를 잘 연주하고 싶거든요. 아직까지는 없었지만 앞으로 고비가 올 수 있는데 그 때도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현실에 부딪히다 보면 그런 마음을 잃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큰 일 나요."
김영욱과 김다솔은 서울 공연에 앞서 4일 오후 7시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2만5000~3만5000원. MOC프로덕션. 02-338-3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