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학원생 10명중 4.5명, 폭력·사적노동 경험"

청년위원회·14개 대학교 대학원 총학 '대학원생 권리장전' 발표

2014-10-29     이혜원, 강지혜 기자

고려대 등 일부 대학원 총학 "'온전한' 권리장전 마련할 것" 촉구

대학원생 100명 중 45명이 폭언, 차별, 사적노동 등 부당한 처우를 당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이를 참고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2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6월5~10일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등을 통해 진행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 45.5%가 언어·신체·성적 폭력, 차별, 사적노동, 저작권 편취 등 부당처우를 당했다. 하지만 부당처우 경험자 중 65.3%는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를 참고 넘어갔다.

부당처우 경험 비율은 예체능계열이 5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공학(47%), 자연(45%), 의약(44%), 인문·사회(43%), 교육(42%)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대학원생의 31.8%가 폭력 등 개인존엄권 침해를 경험했다. 이 중 신체·언어적 폭력과 위협을 경험한 학생은 22.8%, 조롱·모욕을 경험한 학생은 20.9%, 성희롱·추행을 경험한 학생은 4.8%로 나타났다.

대학원생의 25.8%은 교수 자녀를 무료로 과외하거나 이삿짐을 나르는 등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시간 외 사생활 침해가 18.3%로 가장 많았고, 사적 업무지시 등 부당한 일을 강요받은 경우는 12.9%에 달했다.

또 대학원생의 20.2%는 연구주제나 지도교수의 선정을 강요받는 등 학업연구권을 침해당했고, 대학원생의 9.5%는 공저자를 강요받거나 저작자에서 빠지는 등 저작권 침해를 경험했다.

한편 청년위원회는 이날 전국 14개 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와 서울 종로구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대학원생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권리장전 선언식'을 가졌다.

신용한 청년위원장은 "권리장전에는 대학원의 장인·도제 시스템과 폐쇄적인 학문풍토에서 나타난 일부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해 지적공동체의 구성원인 대학원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번 권리장전은 전국 대학원생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적극 참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 KT건물 앞에서는 고려대와, 홍익대, 시립대, 중앙대 대학원생들이 "청년위원회에서 만든 대학원생 권리장전에는 내용과 실효성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며 "'온전한' 권리장전이 되려면 구속력과 고등교육공공성에 관한 비전 등을 담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원익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현재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인권선언으로는 많은 의미를 지니지만 구속력이 없는 규범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사립대학을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해 등록금을 대학원 교육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 평의원회와 같은 학내 감시 기구에 실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인권 규범을 정착할 수 있는 대학인권센터 설립을 의무화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국가 기관과 연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세계인권선언에는 모든 교육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개방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학원생 권리장전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며 "서울에 있는 사립대 대부분의 등록금은 1000만원이 넘는다. 대학원생 빈곤과 부채는 권리장전에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학원생의 노동권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며 "교수와의 관계에서 예속되는 대학원생들의 상태는 인권규범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 대학원생의 신분과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