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 옆 휴일 주정차 허용 "그때 그때 달라요"…맹신은 절대 금물

2014-09-26     손대선 임종명 기자

일요일이던 지난 21일, A씨(31)는 휴일 당직을 위해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회사로 자가용을 몰고 출근했다.

평일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회사에 오지만 휴일인 만큼 자가용을 몰았다. 회사 주차장이 협소한 탓에 그는 회사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웠다. 당연히 주정차 금지구역. 구청의 주차단속은 평일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인근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형교회가 있기 때문에 '주차딱지' 뗄 염려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날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온 A씨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자신의 차 앞유리에 주·정차위반 과태료 통지서가 '떡'하니 붙여진 탓이다. 뿐만 아니다. 인근도로에 불법주차된 수십대의 차에도 예외없이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

정부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방안'만 믿었다가 속절없이 과태료 4만원을 내야하는 처지가 된 A씨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지난 2009년 5월 부터 시행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은 도로이용 효율성 증대와 국민편의를 명분으로 시작된 제도.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교회나 성당, 절 등 종교시설 인근을 비롯해 박물관, 공원, 체육시설 주변 도로를 주차 공간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그해 7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울산 등 전국 6대 광역시에서 공공시설 인근 주차가 허용됐다.

이후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면 서울의 영락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조계사, 명동성당 등 대형 종교시설 일대는 '주차천국'이 됐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주차천국을 과신하다 지갑을 여는 경우도 종종있다.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이 시행된 지 6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경찰과 광역지자체로부터 단속을 위임받은 자치구 별로 조금씩 단속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구 관계자에 따르면 공휴일 주정차 허용 구간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각 자치구에 고시해준다. 고시가 내려오면 해당 자치구에서는 허용 구간에 도로안내표지판을 설치한다. 이렇게 표시가 된 허용 구간의 경우에는 단속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자치구 자체적으로 단속을 '유예'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의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 시행 취지에 맞춰 종교시설이나 고궁, 전통시장 등의 주변에 있는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잠시 미루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 합리적 주차 운영을 위해 자치구에서도 자체적인 단속에는 나서지 않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여지없이 단속반이 출동할 수 밖에 없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등 대형 종교시설이 들어서 있는 영등포구 관계자는 "주차단속 유예대상은 생계형 차량이나 택배차량 등에 한한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종교시설 인근 주정차 차량에 단속을 유예하는 것은 없지만 예배시간 등에는 가급적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민원이 강력하면 단속 안할 수가 없다"면서도 "그 중에서도 다 단속할수도 있고 현장 제반 상황을 판단해 이중주차, 일방통행을 막는 차량만 단속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주정차 허용구간으로 알고 있다해도 일반 주민들은 정확히 몇 미터 규모인지 잘 모르다보니 적발된 주정차 위반에 대한 본인 의견진술서를 제출하면 그 사정을 감안, 주정차 위반 내용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궁과 전통시장, 조계사와 천도교 등 주정차 허용구간이 비교적 많은 종로구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주정차 허용 구간이 운영되다보니 차도에 주정차 하는 경우가 난립하는 것 같다"며 "이 경우 자체적으로 단속을 나서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민원 신고가 많이 들어와 단속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주정차 허용구간은 일반 주민이나 구청, 또는 특정 단체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경찰과 시·구청 등의 의견을 종합해 도로 교통량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간혹 특정 종교시설에서 주정차 허용구간 지정을 요청한다해도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반대하는 주민이 없어야지만 허용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