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경찰의 집회 방해, 시민 통행권 침해' 법적 대응

2014-09-25     강지혜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특별위원회(민변 세월호 특위)는 25일 "세월호 국면에서 도를 넘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 행위는 시민들이 피와 땀으로 이뤄낸 민주주의를 산산조각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일 경찰은 청와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귀갓길을 막고 신분증을 요구하는 위법한 불심검문을 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경찰이 집에 가는 길목을 이유 없이 막았다는 시민 황수진(28·여)씨의 증언이 나왔다.

증언에 따르면 종로구 옥인동에 사는 황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53분께 집에 가려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왔다. 당시 출구 앞에는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만을 남기고 많은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또 다른 길목에서는 아예 길을 막고 있다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약간의 공간만을 열어줬다.

황씨도 집에 가기 위해 이 길을 지나가려던 중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경찰은 아무런 설명 없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집까지 동행하겠다고 했다.

황씨가 재차 항의하자 중대장을 비롯한 경찰들이 '종로경찰서장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에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 이의가 있으면 고소하라'고 말했다.

황씨는 "옥인동의 평범한 주민 시각에서 보면 이곳에는 가게와 집, 매일 산책하는 길과 같은 시민들의 일상이 있다"며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경찰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대통령과 청와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의 통행권과 표현의 자유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 가방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는데 경찰이 '노란 리본을 하고 계시는데'라고 하면서 다시 저를 검문했다"며 "그때 겪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경찰은 자의적이고 광범위하게 본인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이날 오후 해당 기동대 중대장을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민변 세월호 특위 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이고, 표현의 자유를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집회 시위의 자유"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경찰은 함부로 집회 해산 명령을 내리고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 장소에 차벽을 둘러쳐 통행마저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법적 근거가 없을뿐만 아니라 경찰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법률적인 대응을 포함, 인권 침해를 감시하는 활동을 공개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변 세월호 특위는 지난달 31일 경찰의 공권력 남용 사례를 형사 고소하면서 '경찰권 남용 법률대응팀'을 꾸렸다. 이후 서울광장 집회와 기도회 등에서 경찰 차벽에 의해 집회를 방해받고 통행권이 침해됐다며 시민들이 제보했다. 지난 2일 유가족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려고 삼보일배를 할 때 경찰이 길을 막은 것도 제보 내용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