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서울 망원동 '썬 치킨'
크리스마스 시즌에 칠면조를 먹을 수 있다면 분위기가 절로 나겠지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속에 등장하는 마음 착해진 스크루지 영감과 알지 못하는 한 크리스마스라고 칠면조를 선물해줄 고마운 할아버지는 없다. 마리당 10만~2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은 서민들의 눈길을 결국 영원한 국민 영양식 닭으로 돌리게 한다.
닭 요리 중 크리스마스 칠면조 구이와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구운 치킨’이다. 전기구이, 프라이드 치킨, 양념통닭, 장작구이 등으로 변천해온 닭 요리의 최신 버전이다.
오븐치킨의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서울 망원동 252-2 ‘썬 치킨(02-3141-1004)’이다. 닭요리의 모든 것을 추구하는 집답게 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은 물론 짭조름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닭모래집 볶음’(1만원), 속속들이 배인 매콤함 속에서 야들야들한 고기가 더욱 감칠맛 나는 ‘매운 닭발’(1만원) 등도 판매하고 있지만 역시 대세는 구운 치킨이다.
오븐에서 두 번 구워내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속살은 부드럽다. 특히 기름기는 쫙 빼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걱정은 전혀 없으면서 담백하지만 육즙은 고스란히 살려낸 최신형 닭요리다.
기본형인 ‘썬구이 치킨’(1만4000원)을 베이스로 마늘을 듬뿍 발라 구수한 맛과 함께 건강 증진까지 꾀한 ‘마늘 치킨’(1만6000원), 천연 고추장 바비큐 소스가 만들어내는 화끈한 매운 맛이 추운 겨울 더욱 입맛을 당기는 ‘양념 치킨(1만5000원)이 있다. 오돌뼈를 씹어 먹는 맛으로 먹는 것이 닭다리인데 그것마저 귀찮아 살만 먹으려는 귀차니즘족을 위한 ‘순살구이’(1만6000원)도 있다.
프라이드 치킨의 바삭바삭함을 원하지만 기름기가 싫은 사람들을 위한 메뉴도 있다. ‘썬베이크 치킨’(1만5000원)이다. 거죽을 비스킷처럼 만들어낸 것을 오븐에 구워내는 것은 같지만 좀 더 복잡한 선작업을 거친 뒤 구워내 독특한 풍미를 풍긴다. 베이크 치킨에 양념으로 색다른 맛을 낸 ‘썬베이크 양념치킨’(1만6000원)도 있고, 순살로 만드는 ‘썬베이크 순살 순살치킨’(1만5000원), ‘썬베이크 순살 양념치킨’(1만6000원) 등도 인기다.
아무리 대세가 오븐 구이라 해도 여전히 프라이드 치킨을 원하는 손님들이 많다. 그런 손님들을 위해 ‘프라이드’(1만4000원), ‘양념치킨’(순한 맛 1만5000원·매운 맛 1만6000원), 프라이드 치킨과 양념치킨을 반반씩 넣은 ‘반반치킨’(순한 맛 1만5000원·매운 맛 1만6000원), 파의 향긋하면서 알싸한 맛과 프라이드 치킨의 고소함과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내는 ‘파닭 치킨’(1만3000원), 한 입에 쏙쏙 들어가 먹기 편한 ‘강정치킨’(1만6000원) 등도 준비된다.
좌석은 30석이지만 늘 손님들로 붐벼 자칫 늦으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주차는 가게 주변으로 3~4대 가능하다. 배달도 해준다. 휴무인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