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박영선 두문불출 속 혼란 심화

2014-09-15     추인영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15일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를 놓고 극심한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탈당설이 나오는 박 위원장이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당내에는 박 위원장이 조만간 사퇴를 발표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무성하고, 핵심 당직자들은 대부분 전화연결이 불가능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해온 의원들은 이날도 압박을 이어갔고, 당내 각계 각층에서 현 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이 이어졌다.

전날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국회의원 15인 모임은 이날 참석자가 더 확대된 '긴급 의원모임'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전날 같은 입장을 밝혔던 3선 의원들도 사태를 파악한 뒤 이날 중 다시 모임을 이어가기로 했고, 중진모임과 중도파인 '민주당 집권을 준비하는 의원모임'(민집모)도 이날 회동을 갖고 각자 해결책을 모색했다.

박 위원장이 탈당까지 적극 검토하면서 자신의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사실상 정면 대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퇴촉구' 의원들은 탈당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며 별로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긴급 의원모임은 전날 참석했던 최규성·이목희·도종환·전해철 의원이 불참했지만 강기정·김동철·노영민·최재성·정성호·우원식·유승희·이인영·홍영표·이원욱·진성준·김현·은수미·최민희·인재근·김경협·김용익 의원 등 전날 보다 더 많은 총 18명의 의원들이 참석해 박 위원장의 사퇴촉구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오는 16일 공동대응 방안까지 모색하기로 했다.

유승희 의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제부터 합의한 (사퇴 요구)내용은 유효하고 지속된다"며 "중진의원들부터 시작해 원로, 3선, 초선 등 의원들이 몇주간 (박 위원장에게)사퇴를 요구했다. 자진사퇴를 요구했는데 진척이 없어서 다시 촉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기정 의원은 모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이 탈당한다고 해도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은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변화 없다. 오늘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박 위원장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7년에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김한길 대표가 통합을 위한 탈당이라고 하면서 (탈당을) 했는데 그 때 경험이 아프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3선모임을 가진 이상민 의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영선 위원장이 탈당할 리가 없다"며 "박 위원장이 합리적인 분이고 정치적 경험도 풍부하고 애당심이 깊은 분인데 그런 식으로 탈당한다면 명예롭지 못하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당 중진들과 중도파 의원들도 각자 모임을 갖고 현 상황을 타개할 대안 모색에 나섰다.

중진모임은 이날 긴급회동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의원총회를 열어 모든 현안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모임에는 정세균·박병석·이석현·신계륜·추미애·원혜영·김성곤·유인태·박지원·이종걸 의원 등이 참석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아꼈다.

이석현 부의장은 박 위원장의 탈당설에 대해 "전혀 (박 위원장과 의원들이) 연락되지 않는 게 안타까운 일"이라며 "탈당은 정말 그래선 안 되고 우리한텐 충격이다. (박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중도파 모임인 민집모는 이날 정례회동에서 국회 현안에 대한 총의를 모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당 지도부에 공식 요청키로 했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모든 의원들의 의사를 수렴해야지, 일부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당내 갈등으로 인한 국회 공전 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민집모는 다만 박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차기 비대위원장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민집모 간사인 최원식 의원은 "(박영선 위원장이) 원내대표를 그만두지 않고 조속히 비대위원장을 지명해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차기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선 박영선 위원장이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저희가 접하는 얘기에 의하면 (박 위원장이) 내일까지 침묵한 다음에 본인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것을 보고 저희가 판단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의 전반적인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수미 의원은 "박영선 위원장과 세월호 협상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안을 만들어낼 능력이 당에 없다는 것"이라며 "(당내에) 심각한 불신이 만연해 있고 정면충돌이 될 상황이다. 해법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취재진과 일부 의원들이 행방을 찾고 있지만 현재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현 상황에 대해 "나도 연락이 안 된다"면서 "한 쪽은 박영선 위원장을 찾고 한 쪽은 박영선 위원장에게 나가라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영근 대변인은 "주변 분들 몇 분과 소통은 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논의 내용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까진 알 수 없다"고 밝혔다.